스포츠조선

손흥민 부활 뒤 언론담당관 격려+차범근 가슴 있었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7-11-12 18:52


10일 수원월드컵구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2대1로 승리한 뒤 손흥민이 박수를 치며 기뻐하고 있다. 수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손세이셔널' 손흥민(25·토트넘)은 예상대로 강한 부담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험난했던 과정과 10월 유럽 평가전에서 바닥을 친 한국 축구의 부진이 A대표팀에서 제 몫을 하지 못한 자신 때문이라는 미안함과 자책이 앞서 있었다.

일각에선 기량을 떠나 손흥민의 정신 자세를 꼬집기도 했다. A대표팀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문제였다. 수십억의 연봉을 받는 소속팀에서 보이고 있는 희생정신이 대표팀만 오면 부족해 보인다는 쓴소리였다. '하얀 손흥민(토트넘)'과 '빨간 손흥민(대표팀)'은 180도 다르다는 편견은 손흥민, 스스로 풀어야 할 숙제였다.


하지만 손흥민과 A대표팀 언론담당관(이재철 과장)이 나눈 모바일 메신저 대화내용을 보면 손흥민이 한국 축구의 부활을 얼마나 절실하게 원했는지 알 수 있다. 일각에서 쏟아낸 비난은 오해였다. 언론담당관은 먼저 득점력이 뚝 떨어진 손흥민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지난 6월 13일 카타르와의 월드컵 최종예선 원정 8차전을 앞두고선 '대한민국의 아들 손흥민! 이렇게 어렵고 힘들 때 너의 힘이 필요하다. 예전에 (박)지성이가 우리를 지켜줬듯이 이제 대한민국은 손흥민을 기대한다. 흥민아 부탁한다'는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손흥민이 화답했다. '정말 지성이 형을 따라가려면 멀었지만 최대한 노력할께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먼저 희생하는 정신을 가지고 경기장에 나가겠습니다. 고마워요.'

그러나 당시 결과는 2대3 패. 언론담당관은 전반 30분 발생한 손흥민의 부상이 자신이 준 부담감이 원인이 됐다는 자책에 후반 하염없이 나오는 눈물로 인해 라커룸에서 경기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이후에도 손흥민은 꾸준하게 언론담당관과 함께 대표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언론담당관은 "동료들의 자신감이 점점 떨어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자신의 부진에 대한 괴로움으로 나와 함께 1시간 넘게 축구 얘기만 하기도 했었다"고 전했다.


손흥민은 11월 A매치 2연전을 앞두고도 걱정이 앞섰다. 소속팀 경기보다 대표팀 경기에 더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언론담당관은 "흥민이가 토트넘 경기가 있는 날에도 대표팀 걱정만 하더라. '신뢰를 잃은 팬들이 경기장에 오지 않으면 어떡하냐'는 얘기도 했었다. 그만큼 스스로도 부담이 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대표팀 소집을 일주일 앞두고 언론담당관과의 대화에서 '다들 믿읍시다. 가봅시다. 말만 말고…. 감독님 짐 좀 덜어 들여야죠. 진짜 잘하고 싶다'며 필승 의지를 불태웠다.

손흥민은 언론담당관과 한 희생의 약속을 지켰다. 지난 10일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멀티골(2골)을 쏘아 올리며 팀의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결과를 떠나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뛰고 골결정력에 집중했다. 손흥민은 "준비 과정에서 선수들 모두 의욕이 높았다. 안 좋은 모습으로 실망한 팬을 되돌리기 위해서 선수들 모두 준비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어 "항상 축구는 많이 뛰는 팀이 이긴다. 나부터 수비해야 이길 수 있다. 스트라이커지만 많이 뛰는 선수들을 보고 나도 더 뛰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한 경기 승리로 만족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이겼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월드컵으로 가는 과정은 많이 남았다. 만족하지 않는다. 목표는 대표팀에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손흥민은 한 줄기의 눈물을 흘렸다. 위안을 삼은 곳은 '레전드' 차범근 전 감독의 품이었다. 라커룸 앞에서 기다리던 차 전 감독이 "야! 흥민이"라고 부르자 손흥민은 '와락' 안겨 얼굴을 파묻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 눈물로 대표팀 에이스에 대한 부담감을 어느 정도 털어낸 손흥민이다. 손흥민의 비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KBL 450%+NBA 320%+배구290%, 마토토 필살픽 적중 신화는 계속된다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