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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신태용 감독의 선택은 '변형 스리백'이었다.
신 감독의 다양한 수에도 불구하고 수비는 이날도 흔들렸다. 불안했던 이청용 쪽에서의 문제는 없었다. 김주영(허베이 화샤)이 잘 커버해줬다. 문제는 세트피스였다. 두 골을 모두 세트피스에서 내줬다. 전반 45분 코너킥에서 스몰로프를 노마크로 놔뒀고, 후반 10분 김주영의 자책골도 니어포스트로 돌아가는 러시아의 공격수를 놓치면서 시작됐다. 후반 11분 김주영의 두번째 자책골은 불운이라고 하더라도, 이후 보여준 수비력은 실망스러웠다. 수비 숫자가 많았음에도 러시아의 단순한 공격에 흔들렸다. 무려 4골이나 내준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공격은 지난 최종예선 두번의 경기 보다는 나아졌다. 손흥민(토트넘)-황의조(감바 오사카)-권창훈(디종)으로 이루어진 스리톱의 핵심은 '무한 스위칭'이었다. 정해진 자리 없이 세 선수가 쉴새없이 움직였다. 물론 포인트는 '손흥민 시프트'였다. 권창훈이 비교적 오른쪽에서, 황의조가 왼쪽에서 가운데로 움직이는 횟수가 많았던 반면, 손흥민은 확실한 프리롤로 움직였다. 손흥민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이날도 토트넘에서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에도 속도를 붙여서 하는 플레이 보다는 볼을 잡고 하는 플레이가 더 많았다. 물론 좋은 장면도 많았다. 손흥민은 전반 17분과 42분 절묘한 패싱 플레이의 중심이었다.
이날 경기로 다시 한번 확인한 사실이 있다. 확실히 문제는 공격이 아니라 수비다. 이런 수비라면 러시아월드컵에서 더 큰 망신을 당할 수 있다. 이번 명단에서 윙백이 부족하기는 했지만, K리거가 합류한다고 해도 측면 수비가 엄청나게 업그레이드된다고 하기 어렵다. 김진수는 예전의 폼을 잃었고 최철순(이상 전북)은 유럽팀을 상대로 경쟁력을 확신할 수 없다. 김민우(수원) 고요한(서울)도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된 '변형' 카드만으로는 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해졌다. 일단 최대한 전형을 정하고 조직력을 맞추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당장 모로코전까지는 시간이 별로 없다. 이래저래 답답한 신 감독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