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인터뷰]'신태용 애제자'전우영, 우즈벡-시리아 '말라카 홈구장' 직관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7-09-03 18:17



"말라카에서 하는 시리아-카타르전 직관하러 왔습니다. 혹시 모를 '경우의 수'는 있지만 한국이 오늘 이겨서 꼭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짓기를!"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이란전이 진행중인 바로 그 시각, K리거 출신 '말라카 에이스' 전우영(30, 개명전 전성찬)은 말라카 홈구장에서 시리아-카타르전을 지켜보며, '신태용호'의 승리를 염원하고 있었다. '광운대 캡틴' 출신 전우영은 '난놈'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이 성남 일화 사령탑 시절 '날놈'으로 지목한 미드필더다. 성남, 부산, 전남을 거쳐 올 시즌 초 말레이시아 말라카로 이적했다. 19경기에서 6골3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중이다.

7년째 내전중인 시리아는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홈 경기를 '제3국' 말레이시아에서 치르고 있다. 지난 3월, 말라카 홈구장에서 시리아-우즈벡전에 이어 이날 시리아-카타르전이 열렸다. '신태용호'를 누구보다 열렬히 응원해온 전우영은 이 두 경기 현장을 직접 본 '유일한' 한국 축구인이다. '말라카의 에이스' 전우영이 선수의 눈으로 지켜본 시리아, 우즈벡전의 생생한 관전기를 전했다.


"시리아의 절실함을 봤다"

시리아의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8-9차전은 말라카의 홈구장 항 제밧 스타디움에서 치렀다. 3월23일 우즈베키스탄과의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A조 6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오마르 크리빈의 파넨카킥 페널티킥 골에 힘입어 1대0으로 승리했다. 이날 8차전에서 시리아는 크리빈의 멀티골에 힘입어 카타르에 3대1로 완승했다.

전우영은 신태용호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둔 채 카타르를 응원했다고 했다. "전반 경기력은 박빙이었다. 조직력은 카타르가 오히려 더 나았다. 시리아는 역습으로 승부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카타르가 강력하게 밀어붙였는데 시리아의 역습이 강력했다. 특히 7번 선수(오마르 카르빈)는 눈에 띄었다. 후반 뒷공간을 파고들어 각 없는 상태에서 왼발 슈팅으로 결승골을 기록했다. 마지막은 카타르 수비수의 실수가 화근이었다. 수비수가 킥을 미스하자마자 8번(마모우드 알마와스)이 득달같이 골문으로 달려들어 세번째 골을 넣었다"고 복기했다. "카타르의 플레이가 더 세밀했지만 마지막 골 결정력이 부족했다. 시리아가 역습을 통해 효율적인 경기를 했다"고 평가했다. "시리아 7번은 움직임이 정말 좋았다. 8-10번 선수도 볼 키핑, 드리블이 좋았다"고 했다.

시리아는 내전으로 분열된 국론을 하나로 묶어낼 축구의 기적을 꿈꾸고 있다. 전우영은 월드컵 본선행을 향한 시리아의 절실함을 체감했다. "시리아는 2주전부터 말라카에 들어와 적응훈련을 가졌다. 준비를 철저히 했다. 말라카 홈구장은 '베트남 떡잔디'다. 상당히 미끄럽다. 시리아는 말레이시아 대표팀과 평가전(2대1 승)를 하며 잔디와 무더위에 적응했다. 이 때문에 우리팀(말라카)이 일주일 정도 홈구장을 쓰지 못했다"고 했다. "카타르전, 시리아 관중들의 응원은 열정적이었다. 카타르를 누르고 3위에 오르자 관중들이 난리가 났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시리아 경기를 두 번 봤는데 확실한 '복병'이다. 효율적인 축구를 한다. 특출나게 뛰어난 점은 없지만 선수들의 절실함은 인상적이었다. 엄청 열심히 뛴다. 월드컵에 기필코 나가겠다는 투혼이 느껴졌다."



"우즈벡, 충분히 이길 수 있다"

3월 시리아-우즈벡전(1대0 승)에선 K리거 출신 제파로프가 선발로, 게인리히가 후반 조커로 나왔다. "오후 8시 경기였는데 날이 너무 더워서 우즈벡 선수들이 힘을 제대로 못썼다. 성남에서 잠시 함께했던 제파로프와 인사를 하려 했는데 우즈벡이 져서 그럴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도 시리아는 효율적이었다. 볼을 커트해서 역습하고, 사이드에서 정확한 크로스를 올리는 공격이 많았다. 한 경기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우즈벡은 시리아와 경기 때 내용이 좋지 않았다. 제파로프의 굿패스가 간간히 눈에 띄었지만 전성기에 비해 노쇠화된 부분도 보였다"고 평했다. "우리가 부담감으로 인해 위축되지만 않는다면 객관적 전력상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시리아와 중국도 우즈벡을 이겼다. 우리 대표팀 선수들의 실력, 기량과 비교해보면 이길 수 있는 상대"라고 덧붙였다.

전우영은 지난 2011년 '성남 일화 1년차'에 '난놈' 신태용 감독과 FA컵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축구 인생에서 가장 짜릿했던 날의 기억이다. "1년차였는데도 결승전 날 그라운드에 들어설 때 두려운 게 없었다. '우리 감독님이 신태용인데, 겁날 게 뭐가 있어?'라고 생각했다. 벤치와 선수간의 깊은 신뢰와 자신감이 승리의 비결이었다"고 말했다.

"신 감독님은 모든 경기에서 언제나 패기만만했다. 벤치에서 머그잔에 차를 따라마시는 여유가 있었던 분"이라고 떠올렸다. "이번에도 신 감독님은 자신감을 심어줄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내가 다 책임질 테니 신경쓰지말고 그냥 해!' 하실 분이다. 내가 아는 신 감독님은 언제나 경기장에서 자신감이 넘치셨다"고 했다.

신 감독의 대표팀을 믿고 응원하는 이유다. "꼭 해내실 거라 믿는다. 부담감보다는 자신감으로, 신태용호가 꼭 9회 연속 월드컵행을 이뤄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출처=말라카유나이티드

사진출처=말라카유나이티드
말라카 에이스, 꿈은 멈추지 않는다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선수가 일본, 중국리그가 아닌 동남아리그로 가게 되면 대부분 K리거 경력은 끝났다고 생각한다. 전우영 역시 "많은 이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K리그로 돌아가지 못할까봐 우울할 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늘 그래왔듯 '해볼 때까지 해보자'고 마음 먹었다.

무더운 말레이시아 그라운드 위에서 전우영은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았다. 남몰래 뜨거운 땀방울을 흘렸다. 올시즌 총 19경기에서 6골 3도움을 기록했다. 지난 2일 말레이시아컵 켈란탄 원정에선 멀티골로 3대2 승리를 이끌었다. 4-4-2 포메이션, 2선 중앙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는 전우영은 최전방과 수비라인을 바지런히 오가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에이스다. 말라카 팬들은 K리거 전우영의 한발 더 뛰는 희생과 헌신에 열광한다.

감독 3명이 바뀌는 '강등권' 부침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기술과 체력을 겸비한 많이 뛰는 축구, 성남 1년차에 주전을 꿰찬 그의 축구 초심은 세상 어느 그라운드에서든 변함없다. "내 축구는 끝나지 않았다. 외국인선수로서 팀에서 능력을 증명해낼 것이다. 두자릿수 포인트를 꼭 달성하겠다. 그리고 내 축구의 마무리는 꼭 K리그 팬들 앞에서 하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마감직전토토, 실시간 정보 무료!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