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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스타디움(영국 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등번호 9번. 아스널과는 잘 맞지 않는 숫자다. 아스널은 11일 홈에서 열린 레스터시티와의 경기에서 9번 때문에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했다.
'9번의 저주'는 1996~1998시즌 폴 머슨부터 시작한다. 그는 벵거 감독 부임 첫 시즌 9번을 달고 있었다. 40경기에서 9골을 넣는데 그쳤다. 시즌이 끝난 뒤 바로 강등팀인 미들스브러로 이적해버렸다.
그 다음 9번은 니콜라 아넬카였다. 그는 머슨이 남기고 간 9번을 물려받았다. 9번을 단 첫 시즌 9골을 넣는데 그쳤다. 다음 시즌 19골을 넣으며 9번의 저주를 푸는 듯 했다. 그 해 여름 연봉 문제로 팀과 갈등을 겪었다. 결국 돈을 따라 레알 마드리드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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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9번 호세 레예스는 향수병으로, 줄리우 밥티스타는 컵대회에서만 활약하는데 그쳤다. 9번을 이어받은 에두아르두는 심각한 부상으로 저주를 뛰어넘지 못했다. 이어 9번을 단 박주영 역시 아스널 유니폼을 입고 단 1골에 그쳤다.
루카프 포돌스키는 저주를 깨는 듯 했다. 2012~2013시즌 16골, 2013~2014시즌 12골을 넣었다. 하지만 2014~2015시즌 벤치만 달구다가 인터밀란으로 임대되어 가버렸다.
지난 시즌 루카스 페레스가 아스널의 9번을 달았다. 경기력 자체는 좋았지만 벵거 감독이 그를 철저하게 외면했다. 7골을 넣었지만 EPL에서는 1골을 넣는데 그쳤다. 결국 올 시즌을 앞두고 아무런 사전 통보없이 라카제트에게 9번을 내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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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카제트는 많은 기대를 안고 9번을 달았다.아스널은 라카제트를 데리고 오기 위해 올림피크 리옹에 4650만파운드를 지불했다. 프리시즌에서는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커뮤니티실드에서 맹활약했다.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볼을 내주는 움직임, 연계 능력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날 레스터시티전에서도 라카제트는 돋보였다. 전반 2분만에 골을 넣었다. 2선에서 올린 크로스를 방향만 살짝 바꾸는 감각적인 헤딩슛으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최전방에서 많이 뛰며 볼을 연결해주는 역할도 했다.
다만 상대의 9번에게 혼쭐도 났다. 바로 제이미 바디였다. 바디는 이날 아스널을 상대로 2골을 넣었다. 전반 4분 역습 상황에서 올브라이튼의 크로스를 다이렉트 슈팅으로 연결, 골을 만들었다. 그리고 후반 11분 헤딩골을 만들어냈다. 아스널로서는 뼈아픈 실점이었다. 더욱이 지난 시즌 아스널은 바디를 놓쳤다. 아스널은 바디 영입에 심혈을 기울였다. 바이아웃 금액을 지불하려고 했다. 그러나 바디는 "아스널의 제안에 관심없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런 바디에게 2골이나 허용했으니 뼈아플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라카제트가 제 몫을 다했다. 후반 21분 2-3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올리비에 지루가 들어왔다. 라카제트는 왼쪽 측면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 다른 모습을 보였다. 측면으로 빠져들어간 뒤 날카로운 크로스, 그리고 슈팅을 날리며 공격에 힘을 보탰다. 팀의 4대3 승리에 초석을 다졌다.
경기 후 벵거 감독은 "라카제트는 매 경기를 치를 때 마다 계속 강해지고 있다"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