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종 스트라이커'의 자존심 양동현(31·포항)은 2002년 대한축구협회에서 관리하던 선수였다. 당시 협회는 차세대 육성을 위해 16세 이하 유망주 5명을 뽑아 프랑스 FC메스로 유학을 보냈다. 그 중에서도 출중한 피지컬과 골 결정력을 갖춘 양동현은 단연 돋보였다. 유럽 구단의 러브콜이 쇄도했다. 양동현은 이듬해 스페인 1부 리그 소속이었던 레알 바야돌리드 유스팀과 계약했다. 하지만 허벅지 피로골절 부상으로 인해 바야돌리드 1군 프로 계약이 무산되고 말았다. 양동현은 2005년 울산으로 유턴했지만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는 예선에서 뛰었지만 정작 본선을 앞두고 발목 인대가 파열됐다.
10년이 흘렀다. 한국 축구는 스트라이커 부재에 빠져있다. 경질된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무명의 이정협(부산)을 발굴하고 석현준(FC포르투)을 발탁해 호주아시안컵과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 승승장구했지만 최종예선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들이 사라지자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을 원톱에 내세웠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처럼 정통파 스트라이커 부재에 빠진 한국 축구에 양동현은 '단비'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양동현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18경기에서 12골을 터뜨리며 자일(전남)과 함께 득점 공동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양동현은 최순호 포항 감독처럼 활용하면 기량을 끌어낼 수 있다. 양동현은 "수비를 가담하는 양과 사이드 움직임이 적기 때문에 득점 상황에서 호흡이 안정되니 판단력도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감독만 바뀐다고 한국 축구의 위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정작 뛰는 선수들이 바뀌어야 한다. 너무 큰 폭의 변화는 바람직 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동안 골머리를 썩어오던 포지션에 대한 제로베이스에서의 고민은 분명 필요해 보인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