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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히 말해 이번 대회는 신태용의 '원맨쇼'였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7-05-31 19:49


한국과 포르투갈의 2017 FIFA U-20 월드컵 16강전 경기가 3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한국이 3대1로 피하며 8강 진출이 좌절됐다. 경기 종료 후 아쉬워하는 신태용 감독의 모습.
천안=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5.30/

FIFA U-20 월드컵 대한민국 2017 A조 예선 잉글랜드와 한국의 경기가 26일 오후 수원월드컵구장에서 열렸다. 한국 신태용 감독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수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05.26.

'코리안 메시' 이승우(바르셀로나 후베닐A)도, '코리안 사비' 백승호(바르셀로나B)도 아니었다. U-20 대표팀을 지탱해준 이는 신태용 감독이었다.

신태용호의 '신나는 도전'이 16강에서 멈췄다. 아쉬움은 남지만, 냉정히 말해 딱 거기까지였다. 선수들은 4강을 넘어 우승까지 이야기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불과 7개월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그때와 비교해 달라진 것은 없었다. 유럽이든, K리그든 여전히 선수들은 경기에 뛰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갑자기 나타난 깜짝 선수도 없었다.

달라진 것은 하나, 신태용 감독이었다. 신 감독은 혼자서 대표팀을 짊어지다시피 하며 끌고 나갔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그의 손을 거쳤다. 분위기를 바꿨고, 스타일을 바꿨다.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선수'였다. 1월 포르투갈 전지 훈련 후 만난 신 감독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언제나 당당하던 신 감독은 조심스러웠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어쩌면 능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선수를 찾아나서야 했다. 없으면 기존의 선수들을 다시 만들어야 했다.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들을 불러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백승호가 대표적이다. 90분 조차 소화할 수 없었던 백승호는 신 감독의 신뢰 속 다시 태어났다.

21명의 엔트리를 만들어냈지만, 이들의 힘만으로는 세계 무대에 도전할 수 없었다. 신 감독의 선택은 '전술'이었다. 전술은 상대를 공략하기 위한 방법이다. 하지만 신 감독에게 전술은 모자란 힘을 메우는 수단이었다. 그래서 더 치열하게 고민할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매경기 정공법이 아닌 변칙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야 기니,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포르투갈 같이 우리 보다 한 수위팀을 상대로 싸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4-3-3부터 4-4-2까지, 매경기 달라진 전술은 이같은 고민의 결과였다.

이번 U-20 월드컵은 신태용의 '원맨쇼'였다. 요즘말로 정말 '하드캐리(혼자 힘으로 게임을 이끌어간다는 뜻)'했다. 그가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다. 상대를 분석해야 했고, 그에 맞는 해법을 찾아야 했다. 물론 과정 속 잘못된 선택이 있었을수도 있지만, 적어도 승리를 위한 '노력'만은 틀리지 않았다. 신 감독은 분명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역량을 보여줬다. 그는 팀내 최고의 분위기메이커이자 영민한 전술가였으며, 소통하는 리더였다.

이번 대회를 취재하며 눈에 띈 것은 U-20 월드컵을 바라보는 다른 나라들의 시각이었다. 물론 모든 팀의 목표는 승리지만,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경쟁'이 아니었다. 어린 선수들이 얼마나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국제 경험을 쌓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했다. 최고의 선수들이 오지 않아도 되는 이유였다. 그래서 가장 잘하는 것을 여러 선수들이 고르게 나눠서 했다. 승리는 덤이었다.

하지만 한국에게 U-20 월드컵은 진짜 '월드컵'이었다. 8강 이상에 올라야 하는 절실한 대회였다. 2014년 안익수 전 감독이 부임했을때부터 그랬다. 한국축구의 관심사는 온통 대회에서의 '승리'였다. 하지만 쉽지 않은 목표였다.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때, 혹은 도달할 수 없다고 생각할때 그때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편법'이다.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신태용의 '원맨쇼'에 기댄 것 자체가 '편법'이다. 신 감독은 유능하지만 마법사가 아니다. 차라리 처음 준비할때부터 선수의 성장에, 한국축구의 미래에 초점을 맞췄으면 어땠을까. 아쉽게 끝난 신태용의 원맨쇼를 바라보는 마음이 영 개운치 않은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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