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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말리는 강등 경쟁은 변수의 연속이다. 성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사령탑도 다반사다. '긴급 소방수'로 투입되는 후임자의 역할은 그만큼 무거울 수밖에 없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추스르고 승리를 추구해야 하는 자리는 고난의 연속이다. 때문에 지휘봉 잡기를 꺼리는 지도자들도 숱하다.
결국 투비즈는 레지 브루아 감독을 경질하고 김 코치를 대행 자리에 앉히는 초강수를 두기로 했다. 의외의 결정에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벨기에 리그는 유럽 내 중하위권에 속한다. 그러나 매 시즌 우수한 선수들이 탄생해왔고 자국 대표팀도 유럽 내에서 강호로 꼽히는 지라 자존심은 상당하다. 비록 2부팀이지만 한국인 지도자에게 대행 자리를 맡긴다는 것은 이들에게 모험으로 여겨질 만한 결정이었다. 일각에선 투비즈가 국내 스포츠마케팅 기업 소유라는 점을 결정 이유로 들기도 했다. 그러나 팀 운명이 걸린 강등싸움에선 '정'보단 '실력'이 우선이다. 투비즈 구성원들은 두 시즌간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며 스스로의 힘으로 인정을 받은 김 코치의 능력을 높이 샀다.
김 코치는 지휘봉을 잡을 기쁨을 누릴 새가 없었다. 강등권인 최하위로 떨어질 수 있었던 뤼벤과의 5차전을 불과 사흘 앞두고 대행직을 맡았다. 부족한 훈련 시간 뿐만 아니라 갑작스러운 사령탑 교체로 어수선해진 팀 분위기까지 추스러야 하는 상황이었다. 대전 시절 플레잉코치를 거쳐 투비즈까지 '지도자 3년차'인 김 코치가 이런 상황을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김 코치는 선수들의 마음을 추스르는 것과 동시에 결집에 초점을 맞추면서 돌파구를 찾아갔다.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일관하던 투비즈는 뤼벤전에서 경고를 5장이나 받았지만 전반 34분 터진 결승골을 끝까지 지키면서 결국 승리를 거뒀고, 최종전까지 무승부로 마무리 하면서 결국 잔류를 확정 지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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