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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해설위원 조성환?"
모든 선수는 똑같다
2월 장쑤와의 1차전을 앞두고 조 감독의 눈은 평소보다 더 충혈됐다. 베스트11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전술적 이유가 아니었다. 열심히 준비한 선수들의 이름을 제외하는 것이 괴로웠기 때문이다. '열심히 준비한 선수에게 우선적으로 기회를 준다.' 흔하지만, 가장 중요한 조 감독의 최우선 원칙이다. 연습장에서 가장 많이 땀을 흘린 선수는 언제든 베스트11이 될 수 있다. 제주 클럽하우스에는 연습장 조명탑이 꺼진 후 개인 연습을 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제주의 발전을 이끄는 경쟁의 원동력은 조 감독의 원칙에서 출발한다. 그 결과 제주는 리그에서 가장 두터운 스쿼드를 갖게 됐다.
솔선수범 리더십
지난 3월 애들레이드 원정 때 일이다. 제주 구단은 모기업의 지원을 받아 선수단 좌석을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해줬다. 하지만 예약 문제로 모든 선수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는 없었다. 이 사실을 안 조 감독은 자청해 이코노미석으로 이동했다. 선수들을 위해서였다. 권위는 중요치 않다. 조 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조 감독은 절대 남 탓을 하지 않는다.
조 감독 리더십의 특징은 솔선수범이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선수들을 깨우친다. 제주가 투쟁적인 팀으로 탈바꿈한 이유는 조 감독의 더러워진 유니폼에 답이 있다. 조 감독은 연습장에서 가장 뜨거운 남자다. 매 순간마다 몸을 날린다. 허투루 상황을 넘기는 법이 없다. 누구보다 열심히 뛴다. 당연히 선수들이 따라하지 않을 수 없다. 조 감독은 힘들어 하는 선수들에게 딱 한마디만 던진다. "이겨내, 잘하고 있어."
조 감독이 그토록 선수들에 강조하는 인성을 가르치기 위한 방법 역시 특별하다. 축구팀에는 선수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선수단 수송, 청소, 시설관리, 잔디관리, 식단관리 등 많은 지원스태프들이 있다. 조 감독은 이들을 세심하게 챙긴다. 외부행사를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올 때마다 지원스태프를 위한 선물꾸러미를 빼놓지 않는다. 부득이한 이유로 그만두게 된 직원을 위해서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식당을 예약해주기도 했다. 일회성이 아니다. 늘 따뜻한 미소로 먼저 감사의 말을 전한다. 이를 매일 지켜보는 선수단도 달라졌다. 제주는 그렇게 원팀이 됐다. 리더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하나됨의 힘. 제주 선전의 가장 큰 원동력임이 틀림없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