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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전주성'에서 전북을 4대0으로 이긴 날의 기록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7-05-03 18:52



"파이팅! 파이팅!"

3일 오후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전북 현대-제주유나이티드전을 앞둔 전주종합경기장, 제주 원정 라커룸에서는 경기 시작 전부터 수차례 우렁찬 함성이 쉴새없이 터져나왔다. 조성환 제주 감독은 "우리 팀은 파이터들이 많다. 오늘 그런 선수들이 많이 왔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8라운드까지 1위 전북(승점 17)과 2위 제주(승점 14)와의 승점차는 불과 3점, 제주가 전북을 이길 경우 리그 선두가 바뀔 수 있는 승부처, 1-2위의 외나무 승부였다. '도전자' 조 감독은 경기 전 승리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등 체력적 부담이 있지만 현재로선 3위 그룹과도 승점 차가 크지 않다. 전북전의 분위기가 주말 상주전, 감바 오사카전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간절하게 경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터들의 투혼이 통했다. 조 감독의 제주는 전북 현대 원정서 마르셀로의 전반 12분, 후반 3분 연속골, 후반 8분 마그노, 후반 30분 멘디의 쐐기골에 힘입어 4대0으로 완승했다. 제주가 승점 3점을 꿰차며 다득점에서 앞섰다. 선두를 탈환했다. 전북은 2013년 9월 부산전에서 1대4로 패한 후 홈에서 4년만에 처음으로 4골을 허용했다. 4골차 패배는 2005년 8월 28일 성남전 1대5 패배 이후 12년만에 처음이다. '1강' 전북의 안방 완패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제주 완승: 외국인 공격수들의 미친 활약

물오른 제주 외국인 선수 전원이 골맛을 봤다. '황일수-마르셀로' 투톱이 빠른 발로 쉴새없이 전북 뒷공간을 흔들었다. 전반 12분 제주의 첫골이 터졌다. 마르셀로가 박스 오른쪽에서 쇄도하는 황일수에게 패스를 찔러넣자마자 페널티박스 안으로 뛰어들었다. 황일수의 날선 슈팅을 홍정남이 펀칭하자 떨어진 세컨드볼을 마르셀로가 기다렸다는 듯 왼발로 가볍게 밀어넣었다. 강원(1대2패), 대구(4대2승), 수원전(1대2패)에 이은 4경기 연속골이었다. 후반 3분 프리킥 찬스, 이번엔 마르셀로의 '머리'가 빛났다. 권순형의 크로스가 떠오르자 마르셀로가 튀어오르며 머리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8분 마그노의 쐐기골까지 터졌다. 이창민의 패스를 이어받은 마그노가 단독 쇄도하며 오른발로 또다시 골문을 열었다.

안방에서 순식간에 3골을 내준 최강희 감독은 후반 15분 김신욱, 에두를 빼고 이동국, 이승기를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그러나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후반 19분 에델의 슈팅에 이은 정혁의 두번째 슈팅마저 핸드볼 파울과 함께 노골 판정을 받았다.

크게 앞섰지만 조성환 감독은 공세를 멈출 뜻이 없었다. 후반 22분, 마그노 대신 진성욱을, 후반 26분, 마르셀로 대신 멘디를 투입했다. 후반 30분 '황볼트' 황일수의 폭풍 드리블에 이은 멘디가 4번째 축포를 쏘아올리며 4대0 대승을 완성했다.



전북 완패: 뼈아팠던 측면 수비수들의 공백

전북으로서는 주전 풀백의 공백이 뼈아팠다. 직전 광주 원정에서 시즌 첫 패를 기록한 후 측면자원 3명이 한꺼번에 빠지는 돌발 악재가 터졌다. 제주와의 홈경기, 올시즌 8경기에서 2골3도움을 기록한 '왼쪽 풀백' 김진수가 경고누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오른쪽 풀백' 이용은 발목 부상으로 결장했다. '멀티플레이어' 최철순마저 경고누적으로 나설 수 없었던 상황, 왼쪽에는 베테랑 박원재가 섰지만, 오른쪽에는 적임자가 없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의 고심에 찬 선택은 '1996년생 센터백' 김민재였다.

'막내' 김민재가 측면을 오르내리며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전체적인 조직력이 삐그덕거렸다. 전방 압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상대 역습에 구멍이 뚫렸다. 공수 밸런스가 깨졌다. 올시즌 이재성, 이승기, 로페즈 등 측면 공격수의 줄부상속에 측면 공격의 활로를 뚫어내던 김진수, 이용, 최철순의 공백은 생갭다 훨씬 컸다.

최강희 전북 감독 역시 "공교롭게 사이드쪽 선수들이 동시 이탈하는 바람에 우리 경기를 못했다"고 평가했다. "경고관리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불필요한 경고를 받으면 안된다. 한꺼번에 같은 포지션이 빠지면서 전체적인 팀 밸런스가 깨졌다"고 진단했다.


전북, 제주와의 악연

돌이켜보면 전북과 제주의 악연은 골이 깊다. 조성환 감독의 제주는 '전주성'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지난해 10월 15일 K리그 무패행진을 달리던 전북을 안방에서 멈춰세운 팀은 제주였다. 당시 전북을 3대2로 이겼던 제주의 자신감이 7개월만에 또 한번 발휘했다. 전북은 지난달 30일 광주전에서 0대1로 처음 패한 데 이어 이날 패배로 시즌 첫 연패를 기록하게 됐다. 'K리그 1강' 전북에게 연패는 낯설다. 심지어 안방에서 4연승을 달렸던 터라 충격은 더욱 크다. 2015년 10월 4일 이후 1년7개월만의 연패다. 당시에는 제주 원정에서 2대3으로 패한 후 포항에게 0대1로 졌다. 악연이다.

전북전 대승의 비결을 묻자 조 감독은 담담하게 답했다. "전북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다. 한경기 한경기 놓칠 수 없는 경기다. 전북에 대해서 그렇게 특별하게 분석하거나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없다.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경기한다"고 했다. 전북전에서 유독 강했던 선수들의 정신력을 칭찬했다. "강한 정신력으로 어려움을 이겨냈다. 더운 날씨에 전반전부터 외국인선수들도, 미드필더들도 다 탈진 상태였는데 끝까지 집중력, 정신력을 유지했다."

지는 데 익숙지 않은 전북으로서는 충격파를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최 감독은 "2009년 이후 홈에서 완패한 기억이 거의 없다. 개인적으로도 충격이지만 1년에 38경기 하다보면, 축구는 이런 경기가 나올 수 있다. 오늘은 상대가 정말 잘했다. 4대0이 다행일 정도였다"고 했다. "빨리 추스르는 것이 내 임무다. 다음 경기의 후유증을 없애는 것이 지도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1강' 사령탑으로서 스스로를 돌아봤다. "나도 계속 이기고 우승하기 위해 끌려가듯이 리그를 치러왔다. 임시응변이 아닌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오늘 경기는 저에게도 팀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분명히 긍정적으로 팀을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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