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험난한 장쑤 원정을 넘었다. 16강행 자력 진출길도 열렸다.
제주는 25일 중국 난징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장쑤 쑤닝(중국)과의 2017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H조 조별리그 5차전에서 2대1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원정에서 귀중한 승점 3점을 더한 제주는 승점 7점(2승1무2패)으로 같은날 일본 원정에서 감바 오사카(일본)와 3대3으로 비긴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호주·승점 5·1승2무2패)를 따돌리고 조 2위로 올라섰다. 제주는 5월9일 홈에서 열리는 감바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창단 첫 ACL 16강에 오른다.
여러모로 힘겨운 원정길이었다. 가는 길부터가 어려웠다. 사드 문제로 제주에서 난징으로 가는 직항 노선이 없어졌다. 제주 선수단은 상해 푸동공항까지 항공으로 이동한 다음 버스로 홍교역까지 가서 기차로 갈아타고 나서야 남경남역에 도착했다. 꼬박 하루가 걸렸다.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분위기도 복잡했다. 당초 일찌감치 16강행을 확정지은 장쑤는 백업으로 이번 경기에 임할 것으로 보였다. 하필이면 이때 최용수 감독의 경질설이 이어졌다. 경기 당일 장쑤 회장이 재신임을 천명했지만 베스트 멤버로 나올지, 백업으로 나올지 예상이 쉽지 않았다.
상황이 어떻든간에 제주의 답은 하나, 승리였다. 조성환 제주 감독은 경기 전 "무조건 최선을 다해 승리를 노리겠다"고 강조했다. 조 감독의 각오는 선수들에게 그대로 이어졌다. 비가 주룩주룩 쏟아졌지만 경기 내내 강한 압박과 엄청난 활동량으로 장쑤를 밀어붙였다. 김원일, 안현범 등은 피를 쏟아내면서도 발을 멈추지 않았다. 어려운 원정경기에서 전반 28분 하미레스에게 부담스러운 선제 헤딩골을 내줬지만, 오히려 제주 선수들의 정신력은 더욱 단단해졌다.
하나로 뭉친 제주의 해결사는 마그노와 이창민이었다. 날카로운 돌파를 과시하던 마그노는 전반 34분 진성욱의 패스를 받아 절묘한 칩슛으로 동점골을 뽑았다. 빠르게 분위기를 바꾼 제주는 후반 3분 기어코 역전골을 터뜨렸다. 이창민이 아크 정면에서 절묘한 오른발 슈팅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평소 세리머니가 크지 않은 조 감독이 두주먹을 불끈 쥐었을 정도로 의미있는 골이었다. 이후 제주는 체력이 떨어졌지만 집중력을 잃지는 않았다. 알렉스 테세이라, 하미레스 등 장쑤의 값비싼 외국인 선수를 놓치지 않았다. 결국 제주는 2대1로 승리하며 소중한 승점 3점을 얻었다. 집중력, 투혼이 만든 승리였다.
한편, 수원은 16강 문턱에서 덜미를 잡혔다. 수원은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의 G조 5차전에서 0대1로 패했다. 승점 8점(2승2무1패)에 머문 수원은 광저우 헝다(중국)와의 최종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자력으로 16강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전반 파상공세를 펼쳤지만 득점에 실패한 수원은 후반 3분 다츠키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무릎을 꿇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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