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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강원 홈경기장 운영, 여전히 고쳐야 할 게 많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7-03-19 07:16



강원도 평창에 위치한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 축구장. 강원FC가 지난해 8월부터 사용하고 있는 홈 구장이다.

아이디어가 획기적이었다. 스키점프장과 축구장의 결합, 전 세계 유일무이한 축구장으로 탄생했다. 특히 홈 경기장 이전은 충분한 명분 아래 이뤄졌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또 다른 과업인 경기장 사후 활용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만 대형 프로젝트였음에도 지난 시즌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강원이 K리그 클래식(1부 리그)보다 주목도가 덜한 챌린지(2부 리그)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얘기가 다르다. 승강 전쟁을 거쳐 클래식행 티켓을 따냈고 어엿한 1부 리그 팀이 됐다. 선수단, 팬, 구단 프런트가 모두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강원FC는 지난 11일 시즌 홈 개막전에서 망신을 제대로 당했다.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 축구장의 미비한 시설과 운영 미숙으로 팬들에게 맹비난을 받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조태룡 강원FC 대표이사는 빠르게 고개를 숙였다. "팬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한 조 대표이사는 "팬들의 질타에서 애정이 있다는 것을 봤다. 다음 경기에 어떻게 팬들에 잘 해드릴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주일이 지난 18일,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 축구장에선 강원-포항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3라운드가 펼쳐졌다. 프로축구연맹은 강원 측에 홈 경기 시설 보완을 위해 일정 연기 또는 원정팀과 홈 경기장 교체를 제시했다. 그러나 포항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그대로 평창에서 경기가 열리게 됐다.

그렇다면 강원은 일주일 만에 논란거리를 얼마나 개선시켰을까.

우선 경기력을 위한 조치는 어느 정도 이뤄졌다. 불량 잔디에 대해서는 더 이상 불만이 나오지 않았다. 100%는 아니었지만 경기를 할 만한 수준까진 향상시켰다. 강원 측은 알펜시아 리조트 잔디 관리팀과 협의해 잔디가 부족한 부분을 보식했다. 경기 전 그라운드에 나와 잔디 상태를 체크한 최순호 포항 감독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그렇게 나쁘지 않더라. 이정도면 축구하는데 무리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관령은 아직 춥다. 수도권의 평균 기온보다 3~4도가 낮다. 때문에 3월에는 쉽게 푸른 잔디를 기대하기 어렵다. 때문에 착색제를 사용해 노란 잔디색을 푸르게 만들었다. 강원 관계자는 "선수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경기가 열리기 2~3일 전 경기장 전체에 뿌렸다"고 설명했다.

그라운드에서 악취가 나는 부분은 어느 정도 해결했다. 악취의 근원지는 본부석 밑 배수로였다. 눈이 녹으면서 잔디가 썩어 악취가 진동했다. 강원 관계자는 "배수로를 다 들어내 오물을 모두 걷어냈다"고 했다. 그러나 구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악취는 약간 남아있었다.

선수들의 라커룸은 낙제 수준이었다. 8000만원여를 들여 리모델링을 한 양팀 라커룸에는 개인 사물함도 보이지 않았다. 선수들의 물품은 바닥에 널려있었다. 선수용 의자는 개인용 플라스틱 의자였다. 무엇보다 선수 라커룸이 3층에 마련돼 있어 선수들은 전반과 경기 종료 뒤 계단을 통해 올라가야 한다. 아무리 라커룸이 임시적인 공간이라고 하지만 선수들에게 최상의 경기력을 기대하기 힘든 여건이다.

시선을 팬들을 위한 편의시설로 돌려보자. 가장 문제가 됐던 주차시설도 일부 해결됐다. 평창동계패럴림픽 테스트 이벤트가 종료되면서 노르딕과 크로스컨트리가 열린 곳을 주차장으로 변경, 주차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다소 확보됐다. 또 경기장 3km 전부터 '피켓맨'을 활용해 자가 차량을 이용한 팬들의 안내를 도왔다.

셔틀 버스와 경기장 주변 순환버스도 운영됐다. 하지만 주차에 대한 팬들의 볼멘소리는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이날 강릉에서 가족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A씨(64)는 주차를 하는데 애를 먹었다. 주차 유도 요원의 일관되지 않은 안내 때문이었다. A씨는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점에서 경기장 안쪽 주차장을 막더라. 그래서 주차 유도 요원의 안내에 따라 이동했지만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주차하는데 30분이 걸렸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강원 연간 회원권 소지자 B씨(49)도 주차 시스템에 대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B씨는 "이곳 주차장이 너무 협소해 갓길에 주차를 했다"며 "대부분 강원 경기를 찾는 팬들이 강릉 출신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자가 차량을 이용하지 않으면 접근하기 힘들 정도로 교통편도 익숙하지 않는데 경기장 내 주차마저 어렵게 될 경우 팬들과 구단의 신뢰는 더 깨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출입과 좌석 안내는 여전히 미숙했다. B씨는 자신의 좌석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강원은 좌석 안내에 대한 팬들의 원성에 A4 용지에 좌석배치도를 그려넣어 출입구 쪽에 붙여놓았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자신의 위치와 좌석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전광판 교체도 요구된다. 연맹에는 전광판에 대한 규정이 없다. 그러나 고가의 티켓을 사서 들어오는 팬들은 더 나은, 더 안락한, 더 멋진 시설을 즐길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강원 관계자는 "구단에서 전광판 교체에 대해서도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

강원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50여가지로 진단하고 있다. 일단 미숙했던 홈 경기 논란은 일부분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아직 정상 수준은 아니다. 끌어올려야 할 문제점들이 남아있다. 시즌 첫 홈 경기에 들어찬 5098명의 관중이 일주일 만에 1738명으로 줄어든 이유도 다시 한 번 곱씹어봐야 한다.

평창=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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