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을 위하는 제도라면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KUSF는 지난 2월 회원 대학(92개교) 중 리그에 참가하는 59개교 학생 선수들의 2016년도 1~2학기 성적을 제출 받아, 출전 가능 여부를 검토했다. 그 결과, 전체 대상 1450명 중 102명(7%)이 평균 C학점을 밑돌아 출전 불가 판정을 받았다. 종목별로는 축구가 89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중 축구 명문 연세대가 14명로 가장 많았다. 28명 중 절반이다. 출전 엔트리 구성도 어려운 상황이라 대회 출전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남자농구는 7명, 배구는 4명, 핸드볼 2명이다.
KUSF는 지난 3일 대한축구협회, 대학축구연맹 관계자들을 만나 24일 개막하는 축구 U리그 대회 규정에 이번 학점 제한 규정을 포함시켜달라고 요청했다. KUSF 비가입 대학 팀들도 이번 결정 사항을 따라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리그를 운영하는 축구협회는 "U리그엔 KUSF 소속 대학 뿐만아니라 비가입 대학(34개)도 참가할 예정이라 학점 규정을 똑같이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연세대의 입장을 정리하면 한마디로 '난처함'이다. 학교 입장에선 KUSF의 결정을 거부하기 어렵다. 신재흠 감독은 "학교에서 결정을 내려주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선수들이 대회에 참가하지 못해 생기는 피해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 KUSF가 추구하는 방향과 결정이 틀린 것은 아니다. '공부하는 운동 선수'가 큰 흐름이라면 따라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대회 참가 불가 판정을 받은 선수들 중에는 불운한 선수들이 있다. 이번만이라도 기준을 완화해서 대회에 좀더 출전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왜 연세대만 유독 학점 기준 미달 선수가 많이 나왔을까. 신재흠 감독은 연세대의 엄격한 학사관리와 정유라 사태의 후폭풍이 겹친 결과로 보고 있다. 그는 "우리 연세대는 운동부 선수들에게 수업 참가를 강조하는 학교다. 우리 축구 선수들이 좀더 열심히 수업에 임하지 않은 건 잘못이다. 또 생각지도 못했던 최순실-정유라 사태가 터지면서 교수님들이 엄격하게 학점을 매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U리그 결장은 취업 준비생(4학년)들의 향후 진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C학점 미달 연세대 선수 14명 중 5명이 4학년이다. 신재흠 감독은 "U리그에 불참할 경우 우리 선수들은 실전 감각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우리가 그냥 놀지는 않을 것이다. 여러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뭘 하더라도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떨어질 것이고, 심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 무엇보다 부모님들이 무척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공부를 더 강조하겠다. 이번에 피해를 볼 수 있는 선수들을 구제해달라. KUSF와 축구협회가 머리를 맞대서 문제를 풀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