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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김민우냐? 난 이상호다.'
기묘한 '장군멍군 매치'였다. 관심의 중심에 섰던 김민우(27·수원)와 이상호(30·서울)가 주인공이다.
김민우는 올해 일본 J리그 생활 6년을 마치고 수원에 입단하면서 K리그에 데뷔했다. 김민우를 영입하기 전 수원이 내본낸 선수가 이상호였다.
이상호는 김민우와 같은 6년 동안 수원에서 뛰다가 아쉬운 이적을 했다. 수원이 라이벌팀 서울로 바로 이적시킨 첫 사례였다.
'떠난 이'와 '들어온 이'가 똑같은 역할을 맡아 첫 라이벌전에서 맞닥뜨리는 묘한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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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은 김민우가 불렀다. 수원의 기선제압이 가속도를 붙이던 전반 9분 '일'이 터졌다. 서울의 골에어리어 모서리에서 패스를 받은 이상호가 절묘한 왼발 터닝슛으로 골그물 오른쪽 구석을 흔들었다.
수원에 입단할 때부터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다"던 슈퍼매치에서 데뷔골을 터뜨린 것이다. 김민우가 활짝 웃고 있을 때 이상호는 웃지 못했다.
이상호는 한동안 자신의 전담 마크맨으로 나선 고승범의 수비에 막혀 작년 수원 시절 만큼의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게다가 운도 따르지 않았다. 41분 코너킥 찬스때 문전 혼전 상황에서 왼발슛을 날린 것이 수원 골키퍼 신화용의 슈퍼세이브에 막혔다.
하지만 수원에서 보여줬던 악착 근성은 멈추지 않았다. 서울이 반격의 고삐를 죄어가던 후반 17분 윤일록의 슈팅성 패스를 받은 이상호가 오른발로 방향을 살짝 바꾸며 골망을 출렁였다. 서울로서는 짜릿한 동점골이었다.
경기 전 황선홍 서울 감독은 "이상호가 슈퍼매치에 꼭 이기고 싶다고 의욕이 너무 넘치더라. 내가 냉정하라고 당부할 정도였다"고 했다. 그 넘치는 의욕을 위기탈출 골로 화답했다.
이상호는 경기가 끝난 뒤 수원 서포터석으로 달려가 인사를 하며 예의를 갖췄다. 약이 오른 수원 팬들의 야유와 수원 응원가를 등에 업고 돌아오는 이상호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상암=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