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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의 센터서클]설기현 코치 선임, 시대가 또 바뀌고 있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7-02-06 18:22


이용수 기술위원장과 설기현 축구 국가대표팀 신임코치가 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로써, 슈틸리케호는 아르무아 코치, 설기현 코치, 차상광 GK코치, 차두리 전력분석관 체제를 완비했다.
신문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7.02.06/

7년 만의 외국인 사령탑 시대를 연 울리 슈틸리케 감독(63), 하지만 그는 첫번째 옵션이 아니었다.

네덜란드 출신의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이 1순위였다. 하지만 돈과 국내 체류기간 등 복합적인 문제가 얽히면서 협상은 결렬됐고, 돌고 돌아 슈틸리케 감독이 A대표팀 사령탑으로 낙점됐다.

2014년 9월의 일이었다. 그러나 감독 영입을 진두지휘한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당시 뼈 있는 말을 남겼다. "4년 뒤에는 한국인 감독이 4년 주기로 다음 월드컵을 준비할 수 있는 체제와 준비를 갖춰야 한다. 앞으로는 기술위가 외국인 감독을 찾으러 다니지 않기를 소망한다."

잘 나가던 슈틸리케호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곡예비행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도 도마에 올랐다. 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슈틸리케호는 지난해 11월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5차전에서 2대1로 역전승하며 A조 2위를 탈환했다. 최종예선에서는 각 조 1, 2위가 월드컵에 직행한다.

하지만 변화가 있었다. 신태용 코치가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으로 이동하면서 A대표팀 코치진에 공석이 생겼다. 축구협회는 외국인 수석코치와 피지컬을 담당하는 코치를 수혈하기로 했다. 그러나 외국인 수석코치 선임은 우여곡절 끝에 없던 일이 됐다. 축구협회는 6일 설기현 성균관대 감독(38)을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할 A대표팀 신임 코치로 선임했다.

협상은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계약기간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코치는 독립이 아닌 종속 변수다. 슈틸리케 감독과 한국 축구의 계약기간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까지다. 1년 6개월이 남았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과 운명을 함께 할 외인 코치는 없었다.

이 위원장은 "지난 두 달 동안 머리가 너무 아팠다. 겉으로 드러내기 어려운 과정이 많았다. 슈틸리케 감독과 외국인 코치 리스트업 작업을 마쳤고, 최종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두 명과 접촉했다. 한 명은 독일, 한 명은 스위스인이었다"며 "그러나 1년 6개월 간의 짧은 계약기간이 큰 걸림돌이었다. 두 명 모두 똑같은 이유로 진행이 안됐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결국 기수를 국내 코치 선임 쪽으로 돌렸다.

슈틸리케 감독 주위에는 왜 사람이 없을까. 물음표를 지울 순 없지만 사실 그럴만한 시간도 없다. 반환점을 돈 최종예선은 다음달에 재개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별도로 수석코치를 두지 않고 수평구조로 조직을 운영키로 했다. 카를로스 알베르토 아르무아 코치(68)를 비롯해 설기현 코치, 실질적으로 코치 역할을 하는 차두리 전력분석관(37), 차상광 골키퍼 코치(54), 그리고 연세대 출신으로 독일에서 유학한 오성환 박사(35)를 피지컬 코치로 낙점했다. 그러나 오 박사의 경우 또 다른 변수가 있다. 이 위원장은 "오 박사는 슈틸리케 감독에게 의견을 전달했을 뿐 아직 대표팀 합류가 결정된 게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이 오 박사를 직접 만나 파악을 해본 뒤 A대표팀 합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뒷 맛이 찜찜하지만 현실을 부정하는 것조차 사치다. 외인 지도자 영입에 대한 한계는 2년여 전에 이미 나타났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거스 히딩크 감독,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모시고' 올 때와는 모든 여건이 달라졌다. 외인 지도자와의 물리적인 거리는 물론 심리적인 거리도 더 멀어졌다. 결국 '돈'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다. 축구협회 예산은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다. 외인 감독과 코치진 영입에 거액을 투자할 수는 없는 구조다.

이 위원장의 말대로 결국 국내 지도자 육성이 관건이다. 차두리 분석관에 이어 설 코치의 선임은 또 다른 시대적 흐름에 대한 상징적 의미로서 눈여겨 볼 만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세대는 한국 축구의 주류다. 이들간에 지도자 경쟁도 더 뜨거워졌다. 고참이었던 홍명보-황선홍-최용수는 이미 감독으로 성장해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태영 최진철 이운재 최은성 이민성 이을용 김남일 등도 감독과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 여기에 15년 전 20대 초반이었던 차두리와 설기현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기대감을 안겨주고 있다.

차두리와 설기현의 경우 유럽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해 K리그에서 은퇴한 '해외파의 교과서'다. 국내외 환경을 두루 경험한 특별한 '노하우'도 있다. 이 위원장은 "설 코치의 경험도 외국인 지도자들 못지 않다고 본다. 차두리 분석관과 여러 대회에 참가했던 경험이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경험과 조화가 되면 충분히 상쇄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설 코치의 합류가 긍정적인 변화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피력했다.

외인이 '정답'이 될 수 없다. 설 코치의 선임이 국내 지도자들에 대한 더 큰 관심과 애정을 가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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