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3년 출범한 K리그는 한국 축구의 근간이다. 그러나 K리그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인식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10월의 첫 날, 전북의 징계가 현실이 됐다. K리그에서 승점 9점이 삭감됐다. 극복할 수 있는 승점으로 예상됐지만 심리적 여파가 겹치며 벽을 넘지 못했다. 리그 무패행진이 33경기에서 끊겼고, 11월 6일 최종전에서 FC서울에 덜미를 잡히며 K리그 3연패 달성에 실패했다.
마지막 무대, ACL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위기의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아시아 정상, 10년을 절치부심했다. 5년 전에도 기회가 있었지만 눈앞에서 우승컵을 놓쳤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챔피언은 전북의 전부였다. 또 한가지, 우승만이 유일한 명예회복의 길이었다. 그러나 낙관할 수 없었다. 극과 극의 결말에도 노심초사했다. 만에 하나 우승에 실패할 경우 '무관의 후폭풍'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다.
|
그 시계를 전북이 다시 되돌려 놓았다. 전북의 ACL 우승은 K리그 팀으로 11번째 '정상 금자탑'이었다. 최다 우승국은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규모에선 중국과 비교할 수 없지만 전북의 힘은 역시 '지속적인 투자'에서 나왔다. 대부분의 구단이 투자에 등을 돌릴 때 전북은 공격적인 경영으로 주머니를 열었다. 철학도 확고부동했다. ACL 정상만을 그리며 달리고 또 달렸다. 노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ACL 결승 2차전은 곧 전북이 흘린 땀의 결정체였다. 결정적인 상황이 있었다. 공격의 핵인 로페즈가 경기 시작 2분 만에 부상으로 실려나갔다. 예상하지 못한 '부상 암초'였다. 웬만한 구단이면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문턱을 지혜롭게 넘었다. 한교원이 교체투입돼 선제골까지 터트리는 '깊은 내공'을 발휘하며 공백을 지웠다. '더블 스쿼드' 위력의 단면이었다.
전북의 ACL 우승은 2016년 한국 축구 최고의 경사다. 전북이 ACL에서 우승한 날,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선 최초의 슈퍼매치 FA컵 결승이 막을 올렸다.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FA컵 결승 1차전이 열렸다. 겨울비가 오락가락하는 추운 날씨에도 3만1034명이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 애칭)'를 찾았다. 결승 2차전은 다음달 3일 오후 1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상암벌에는 더 많은 관중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축구의 또 다른 희망이자 축복이다.
1부와 2부, 23개 구단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K리그는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굴곡의 연속이다. 그래도 아시아 최강 K리그는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고 있다.
정상에 서는 순간 새로운 도전도 시작된다. 현재에 안주하는 순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눈물뿐이다. 8일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최강희 감독과 황선홍 서울 감독이 마주 앉았다. "K리그 축구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역시 걱정스러운 것은 서울뿐 아니라 전체적인 '파이'가 작아진다는 점이다. K리그를 위축시킬 수 있다. ACL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투자가 더 필요하다. 아시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K리그 투자가 있어야 모든 게 이뤄질 수 있다. 운좋게 한 번은 결승에 오를 수 있다. 그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선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황 감독의 말이다.
물론 투자에는 원칙과 확고한 비전, 철학이 수반돼야 한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K리그 전 구성원이 곱씹어야 할 부분이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