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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는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챔피언결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열렸다. 12월 3일, 1차전은 서울의 안방이었다. 수요일임에도 불구, 3만9011명이 운집했다. 내용은 서울의 우세. 하지만 승부는 갈리지 않았다. 전반 17분 서울 아디의 선제골에 수원은 후반 34분 곽희주의 동점골로 응수했다. 나흘 후인 12월 7일, 2차전이 열렸다. 하늘에선 하얗게 눈이 내렸고, 4만1044명이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채웠다. 양팀 서포터스의 '광적 응원'과 그라운드의 서슬퍼른 긴장감, 그곳은 '축구 천국'이었다. 엇갈린 명암은 숙명같았다. 주연은 수원, 조연은 서울이었다. 수원은 전반 11분 에두가 선제골을 터트렸다. 서울의 정조국이 전반 26분 페널티킥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9분 뒤 송종국이 결승골을 터뜨렸다. 수원의 2대1 승리. 정상의 맛은 강렬했다.
그로부터 8년이 흐른 2016년, 두 팀의 결승전이 다시 성사됐다. K리그가 아닌 FA컵이지만 또 한번 홈 앤드 어웨이다. 이번에는 수원에서 먼저 테이프를 끊는다. 27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1차전이 열린다. 2차전은 다음달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다. 8년의 시간, 얼굴들이 많이 바뀌었지만 2008년을 경험한 선수도 있다. 수원에선 곽희주와 백지훈, 서울은 데얀과 김치우 등이다. 데얀은 "2008년에는 패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났다. 올 시즌은 우리가 좋은 선수들로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2008년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고 현재의 수원은 다르다"며 설욕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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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철은 "FA컵 일정이 미뤄졌을 때 가장 안 좋아했던 사람 중 한명이다. 빨리 끝내고 휴가를 보내야 했는데 딱 하루 쉬고 군에 가게 됐다"며 아쉬움의 미소를 날렸다. 그래서 더 간절하단다. "FC서울과 전북 현대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봤다. 도전자 입장이었던 서울 선수들이 간절함을 앞세워 한 발씩 더 뛰어서 우승했다, 우리도 그렇게 준비할 것이다. 하루 휴가는 슬픈 일이지만 우승하고 군에 가고 싶다." 다시 한번 환한 미소를 날린다.
수원의 주장 염기훈은 적장인 황선홍 감독의 심기를 건드렸다. 기분좋은 추억이 있다. 수원이 마지막으로 우승한 대회는 2010년 FA컵이었다. 결승 상대는 황 감독이 이끌던 부산이었다. 염기훈은 결승골을 터트리며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다. MVP에 선정되는 겹경사도 누렸다. 염기훈은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오랜만에 맞았다. 황 감독님이 부산에 계실 때 내가 결승골을 터트려 이겼다. FA컵 4강전을 앞두고도 말했는데 갱이 짜여졌다. 황 감독님이 우승과 준우승의 차이가 크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느끼게끔 하겠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올 시즌 K리그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서울도 물러서지 않았다. '더블'을 꿈꾸고 있다. 고요한은 "정규리그 우승을 해서 팀 분위기가 좋다. 선수들도 자신감을 찾았다. FA컵은 다른 대회다. 마지막으로 슈퍼매치가 남았는데 자신감과 강한 정신력으로 임한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세종도 "전북전 때처럼 스스로 준비만 잘하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 내가 어떻게 경기를 잘할 수 있을까만 집중하겠다"고 했다.
수원은 데얀, 서울은 염기훈을 요주의 인물로 꼽았다. 염기훈은 "K리그 선수는 다 알 것이다. 볼키핑과 결정력에서 최고의 선수다. 연계 플레이도 좋다. 쉽게 뺏기지 않고 위협적이다. 데얀에게 볼이 들어왔을 때 볼이 나가지 않게 방어를 하면 서울이 우리를 공략하기는 어렵다. 서울이 공격력 좋지만 우리도 뒤쳐진다는 생각은 안한다. 우리도 괴롭힐 것"이라고 했다. 고요한은 "기훈이 형 킥이 날카롭고 위협적이다. 한 번의 실수로 넘어가면 위협적인 상황 연출된다. 기훈이 형을 잘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승부에 '양보'는 없다. 슈퍼매치라면 더더욱 설명이 필요없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