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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없으니까 4대0으로 이기더라고요(웃음)."
김종부 경남 감독은 초연했다. 경남은 이날 경기 결과와 관계 없이 8위 자리가 확정된 상황. 하지만 '내년'의 희망을 쏘기 위해선 강원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했다. 김 감독은 "어수선 했던 팀을 바꾸다 보니 1년이 훌쩍 지났다. 동기부여는 우리가 강원보다 불리하지만 프로라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경기 초반부터 강원의 흐름이었다. 대구와 안산이 고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우승 꿈'은 한껏 높아졌다. 선수와 팬 모두 잠시나마 '기적'을 꿈꿨다. 후반 11분 마라냥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루이스가 성공시키자 꿈은 현실이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단꿈이 산산조각 나는데까지는 단 3분이 걸렸다. 경남은 후반 14분 김도엽의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강릉종합운동장엔 일순간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경남 골키퍼 권정혁의 신들린 선방 속에 골과 다름없는 기회들이 날아갈 때마다 희망은 탄식으로 바뀌었다. 안산, 대구가 나란히 승리를 거둔 반면 강원은 1대1 무승부로 승부를 마무리 지었다.
구름 위를 걷던 강원에게 펼쳐진 가시밭길이었다. 최 감독은 "득점 뒤 갑자기 소극적인 운영을 했다. 우리팀의 고질적인 문제점이다. 풀어야 할 숙제"라고 아쉬워 했다.
밑바닥부터 출발해야 하지만 '승격을 향한 꿈'은 여전히 유효하다. 강원은 2일 오후 7시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부산과의 준PO에서 비기기만 해도 부천이 기다리고 있는 PO에 오를 수 있다. 최 감독은 "상대는 심적 부담이 클 것이다. 부산과 올 시즌 맞대결 내용과 결과가 괜찮았다. 부천까지 가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강릉=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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