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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의 전쟁, 화두는 '이변'이다.
FA컵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1부 리그가 아닌 팀이 4강에 오른 것은 단 네 차례 뿐이었다. 2005년 실업팀인 현대미포조선과 한국철도가 준결승에 올랐다. 현대미포조선은 준우승까지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2006년과 2008년에는 국민은행이 4강에 진출했다. 부천이 8년 만의 '이변 역사'를 다시 작성했다.
부천의 최대 장점은 '부담 제로'다. 이기면 '대박'이다. 반면, 지더라도 밑질 것이 없다. 4강 진출로 이미 충분한 평가를 받았다. 부천은 최근 아시아축구연맹(AFC) P급 자격증이 없는 송선호 감독을 수석코치, 정갑석 수석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지난달 감독 신분으로 FA컵 4강 미디어데이에서 참석한 송 코치는 "전북을 이긴 것은 선수들이 열심해 준 결과지만 운도 많이 따랐다. 서울은 강팀이다. 모든 면에서 서울이 좋고, 낫지만 우리 선수들은 절실함이 있다. 이것 하나만 믿고 있다"며 배수진을 쳤다.
서울은 조심스럽다. 하위 리그의 팀인 만큼 승리는 기본이다. 만에 하나 이변에 덜미를 잡힐 경우 '재앙'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
황선홍 서울 감독은 FA컵과 인연이 깊다. 'FA컵의 남자'는 훈장이다. 그는 2010년 부산 아이파크 감독 시절부터 진출한 3차례의 FA컵 4강전에서 모두 승리했다. 2010년에는 준우승했지만 2012년과 2013년 포항에선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우승컵에 다시 입맞춤하면 FA컵 최다우승 사령탑인 허정무(1997, 2006, 2007) 전 A대표팀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K리그 클래식에서 전북과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는 서울도 총력전이다. 서울은 K리그와 함께 FA컵 우승을 꿈꾸고 있다. 이변의 희생양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긴장의 고삐도 바짝 죄고 있다. 황 감독은 지난달 "부천은 클래식에서 어느 팀도 못 꺾은 전북을 이긴 팀이다. 잘 준비해서 좋은 경기를 하겠다. 리그와 FA컵 단판승부는 차이가 있다. 특화된 전략을 짜야한다"며 "우승컵은 혼신의 힘을 다 쏟아내야 안을 수 있다. 부천은 위험해 질 수 있는 경기다. 한 치의 방심도 있어서는 안된다"고 경계했다.
서울의 주포 아드리아노도 새 역사에 도전한다. 두 가지 기록이 걸렸다. 현재 시즌 통산 33골(K리그 16골, FA컵 4골, ACL 13골)을 기록 중안 아드리아노는 한 시즌 최다골에 한 골이 모자란다. 최다골은 2003년 성남에서 뛴 김도훈이 기록한 34골(K리그 28골, FA컵 3골, ACL 3골)이다. FA컵 최다 득점도 노리고 있다. 특유의 몰아치기로 노상래(1997년), 밀톤(2005년), 김동찬(2008년)이 보유한 최다 득점 기록(6골)을 넘겠다는 각오다.
대한축구협회는 올 시즌 FA컵 우승 상금을 50% 인상,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올렸다. 서울과 부천의 충돌은 '이변 더비'다. 단 한 팀만 살아남는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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