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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성스럽기로 유난한 영국 언론이지만, 적응이 되지 않을 정도로 '손샤인' 손흥민(토트넘)에 대한 '칭찬 릴레이'가 이어졌다.
기대치는 곧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28일 러시아 모스크바 아레나CSKA에서 열린 CSKA모스크바와의 2016~2017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E조 조별리그 2차전(1대0 토트넘 승)을 앞두고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선수는 단연 손흥민이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부터 "손흥민을 최전방에 올릴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영국 언론도 '해리 케인이 없는 지금, 결국 가장 뜨거운 손흥민이 터져야 토트넘이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1차전에서 AS모나코에 무너진 토트넘 입장에서는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경기였다. 이래저래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경기였다.
CSKA모스크바는 작정하고 나온 모습이었다. 포백 앞에 이중으로 벽을 쳤다. 그 중 가장 경계대상은 손흥민이었다. 왼쪽에 포진한 손흥민이 볼을 잡을때마다 두명, 세명이 막아섰다. 원정경기, 그것도 단단한 수비로 정평이 나있는 CSKA모스크바를 넘기란 쉽지 않았다. 손흥민은 전반 내내 이렇다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후반 들어 변화를 줬다. 지난 시즌 같았으면 변화 대신 교체 아웃을 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골행진은 포체티노 감독에게 믿음을 심어줬다. 왼쪽에서 고전하던 손흥민의 위치를 오른쪽으로 바꿨다. 이 선택은 결국 신의 한수가 됐다. 손흥민은 오른쪽에서 한층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다. 부지런히 슈팅을 날리던 손흥민은 기어이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후반 25분 에릭 라멜라의 패스를 받아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이고르 아킨페예프 골키퍼를 넘었다. 아킨페예프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에서 이근호의 슈팅을 막아내지 못한 바로 그 골키퍼다.
악명 높은 러시아 원정, 상대의 집요한 집중수비, 여기에 계속된 활약에 따른 주변의 높은 기대감까지…. 손흥민 입장에서는 넘어야할 벽이 한둘이 아니었다. 반드시 승점 3점이 필요한 경기, 골을 넣어줄 선수가 필요했다. 모두가 손흥민을 떠올린 순간, 손흥민이 또 한번 골을 만들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득점할 수 있는 선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선수, 그게 바로 에이스다. 손흥민은 리그를 넘어 UCL에서도 에이스의 품격을 보여줬다. 지금 웬만해서는 손흥민을 막을 수 없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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