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으로 치닫던 배구 컵대회 외국인 선수 출전 문제가 가까스로 진화됐다.
21일 대한배구협회(이하 배구협회)와 한국배구연맹(KOVO)이 합의점을 찾았다. 배구협회가 KOVO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KOVO는 25일까지 국내선수 등록을 모두 마치기로 했고, 협회는 외국인선수 국제이적동의서(ITC)를 발급해 22일 열리는 2016년 KOVO컵 출전이 가능토록 했다.
이로써 등록문제를 둘러싸고 외인 불참이란 파행을 맞을 뻔 했던 이번 사태는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두고 간신히 봉합됐다. 그러나 여전히 뒷 맛은 개운치 않다. KOVO가 공언했던 컵대회 용병 출전은 대한배구협회의 일방적 처사로 인해 시작도 전에 난항을 겪었다. 외국인선수 등록을 위한 ITC 발급이 문제였다. 트라이아웃을 통해 입단한 외국인선수들이 코트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차질이 생겼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배구협회가 KOVO에 공문을 보냈다. 국내선수 등록이 완료된 후에야 ITC를 발급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명절 기간이라 일이 제대로 처리될 리 없었다. 더욱이 대회 개막도 얼마 남지 않은 시점. ITC발급이 안 되면 팬들에게 약속했던 외국인선수 출전이 무산될 수 밖에 없었다.<9월 20일 스포츠조선 단독보도> 이에 KOVO는 19일 ITC 사전 발급 요청과 선수등록 기한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배구협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배구협회 측은 20일 본지 단독보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핵심은 하나다. '원리, 원칙대로 하고 있다.'
그간 배구협회와 KOVO의 관계가 썩 좋았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해묵은 과거 일들을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배구협회의 움직임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원리,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KOVO도 이미 규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다만 큰 대회를 앞둔 시점인 만큼 융통성을 발휘해달라는 입장이었다.
상황이 파행으로 치닫자 KOVO는 21일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팬들에게 약속한 외국인선수 출전을 위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국내선수 등록을 선행하라는 배구협회 지침을 따르기로 했다. 단, 물리적인 한계상 국내선수 등록을 25일까지 순차적으로 마치는 것으로 하고, 외국인선수의 KOVO컵 출전에도 무리가 없도록 협조해줄 것을 배구협회에 재차 요청했다. 칼자루를 쥐고 있던 배구협회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긴박한 시간이 흘러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온 상황. 대체 왜 이렇게 됐을까. 배구협회의 늑장 행정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배구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선수 등록 관련 대한체육회 규정에 변화가 있었다. 선수, 팀이 개별적으로 정보를 입력해 등록하게 됐다"고 했다. 규정변화가 있은지 한참이 지난 지금, 그것도 하필 KOVO컵을 코 앞에 두고 공문을 보낸 배구협회는 과연 KOVO컵 일정을 몰랐을까. 만에 하나 몰랐다면 그게 더 우스운 일이다.
자 그럼 다른 종목 협회의 행정과도 비교해보자. 대한농구협회는 8월 중순 프로농구연맹과 각 구단에 9월 내 선수 등록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농구협회는 올해 초부터 농구연맹과 조율을 해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른 협회는 미리 준비하고 이야기를 맞췄는데 배구는 그렇지 못했다. 신임 회장 선거, 올림픽 준비 등 많은 일들을 챙기느라 미처 신경을 못 쓴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여론의 시선도 따갑다. 원리, 원칙을 준수하는 데엔 당연히 이견이 없다. 그러나 허술한 늑장 행정만큼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소통부재와 무책임이라면 앞으로 무슨 황당한 일이 또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배구발전을 위해 미래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지만 희망을 찾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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