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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훨훨 날던 FC서울이 찬바람이 불면서 기세가 꺾였다.
갈 길 바쁜 '수확의 계절'이다. 그러나 서울은 역행하고 있다. K리그에서 2위(승점 50·15승5무10패)를 지키고 있지만 선두 전북(승점 63·17승12무)과의 승점 차가 13점으로 벌어졌다. 우승 경쟁은 아득히 멀어졌다.
더 높은 산도 기다리고 있다. 서울은 12일 중국 원정길에 오른다. 14일 산둥 루넝(중국)과 ACL 8강 2차전이 열린다. 한 골차 이하로 패해도 4강에 오를 수 있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지만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그러나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다. 서울에 가장 필요한 것은 분위기 재정비다. 시간이 많지 않지만 감독도, 선수도 달라져야 한다. 황 감독은 "최선을 다한 모습은 나쁘지 않았다"고 했지만 인천전에서 서울 특유의 뒷심은 없었다. 선수들의 투혼도,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서울과 인천이 달랐던 점은 한 가지였다. 인천에는 거친 투지가 있었고, 서울은 없었다. 최하위 팀이 2위를 잡은 비결이었다.
로테이션 없는 측면도 활력을 잃었다. 인천의 밀집수비에 대비하기 위해선 좌우측 풀백의 힘이 필요했다. 하지만 왼쪽의 김치우와 오른쪽의 고광민은 예리한 맛이 떨어졌다. 인천의 결승골은 스피드가 떨어진 고광민의 파울에서 시작됐다. 김치우도 전반내내 겉돌다 후반 17분 교체됐다.
4-4-2로 굳어진 전술에도 물음표가 남는다. 황 감독은 최용수 전 감독의 3-5-2 시스템을 깨고 새로운 카드를 꺼냈고, 재미와 희망도 봤다. 그러나 때론 변화도 필요하다. 서울은 올 시즌 스리백에 최적화된 멤버로 진용이 꾸려졌다. 황 감독이 그 틀을 깼지만 어느덧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4-4-2 시스템을 고집하다보니 그 포지션에 맞는 선수들의 체력도 고갈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에도 의문이 남는다. 아드리아노의 공백이 아쉽다. 아드리아노는 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징계 등으로 기를 펴지 못했다. 최근 살아나는 듯 했지만 인천전에서 다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아드리아노는 개성이 강한 공격수다.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도 감독의 몫이다.
어느 팀이든 위기는 온다. 진정한 강팀은 그 해법을 빨리 찾는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위기는 곧 기회다. 서울은 문이 가장 넓다. K리그는 물론 ACL, FA컵에서도 생존해 있다. 환희의 대미를 위해서는 이제 반전의 길을 찾아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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