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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 뒤 찾아온 위기, FC서울 더 이상 추락할 곳은 없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6-09-11 20:07



무더운 여름 훨훨 날던 FC서울이 찬바람이 불면서 기세가 꺾였다.

서울은 지난달 K리그에서 5연승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 1차전 3대1 완승을 묶어 6연승을 질주했다. 그러나 환희는 어느새 잊혀졌다.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달 28일 전북과의 8월 마지막 경기에서 1대3으로 패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A매치 주간인 3일에는 ACL 4강 1차전에 대비, 32라운드를 조기에 치렀다. 상대는 울산이었다. 2-0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2대2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경기 종료 직전 터진 동점골은 '오프사이드 오심'이었지만 결과를 되돌릴 수 없었다.

10일 반전의 무대는 또 찾아왔다. 상대는 김도훈 감독이 물러난 최하위 인천 유나이티드였다. 인천은 서울과의 경기 전까지 4연패, 7경기 연속 무승(2무5패)이었다. 서울로선 2경기 연속 무승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탈출구였다. 하지만 0대1로 패하며 3경기 연속 무승의 늪(1무2패)에 빠졌다. 이변의 희생양으로 전락하며 발걸음은 더 무거워졌다.

갈 길 바쁜 '수확의 계절'이다. 그러나 서울은 역행하고 있다. K리그에서 2위(승점 50·15승5무10패)를 지키고 있지만 선두 전북(승점 63·17승12무)과의 승점 차가 13점으로 벌어졌다. 우승 경쟁은 아득히 멀어졌다.

더 높은 산도 기다리고 있다. 서울은 12일 중국 원정길에 오른다. 14일 산둥 루넝(중국)과 ACL 8강 2차전이 열린다. 한 골차 이하로 패해도 4강에 오를 수 있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지만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황선홍 감독은 울산전 후 "상당히 만족스럽지 않다. 감독으로서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나를 포함해서 선수단 전체가 새로운 각오로 정신 차려야 한다"며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채찍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인천전 후에는 당근을 내세웠다. 그는 "축구가 오늘 하루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만회골을 넣으려 끝까지 최선을 다한 모습은 나쁘지 않았다. 상대 밀집수비 등이 안 좋게 작용했고, 주도권을 내주고 시작해 어려움을 겪었다"며 "오늘 경기는 빨리 잊고 산둥전을 대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다. 서울에 가장 필요한 것은 분위기 재정비다. 시간이 많지 않지만 감독도, 선수도 달라져야 한다. 황 감독은 "최선을 다한 모습은 나쁘지 않았다"고 했지만 인천전에서 서울 특유의 뒷심은 없었다. 선수들의 투혼도,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서울과 인천이 달랐던 점은 한 가지였다. 인천에는 거친 투지가 있었고, 서울은 없었다. 최하위 팀이 2위를 잡은 비결이었다.

로테이션 없는 측면도 활력을 잃었다. 인천의 밀집수비에 대비하기 위해선 좌우측 풀백의 힘이 필요했다. 하지만 왼쪽의 김치우와 오른쪽의 고광민은 예리한 맛이 떨어졌다. 인천의 결승골은 스피드가 떨어진 고광민의 파울에서 시작됐다. 김치우도 전반내내 겉돌다 후반 17분 교체됐다.


4-4-2로 굳어진 전술에도 물음표가 남는다. 황 감독은 최용수 전 감독의 3-5-2 시스템을 깨고 새로운 카드를 꺼냈고, 재미와 희망도 봤다. 그러나 때론 변화도 필요하다. 서울은 올 시즌 스리백에 최적화된 멤버로 진용이 꾸려졌다. 황 감독이 그 틀을 깼지만 어느덧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4-4-2 시스템을 고집하다보니 그 포지션에 맞는 선수들의 체력도 고갈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에도 의문이 남는다. 아드리아노의 공백이 아쉽다. 아드리아노는 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징계 등으로 기를 펴지 못했다. 최근 살아나는 듯 했지만 인천전에서 다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아드리아노는 개성이 강한 공격수다.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도 감독의 몫이다.

어느 팀이든 위기는 온다. 진정한 강팀은 그 해법을 빨리 찾는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위기는 곧 기회다. 서울은 문이 가장 넓다. K리그는 물론 ACL, FA컵에서도 생존해 있다. 환희의 대미를 위해서는 이제 반전의 길을 찾아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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