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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잃었던 신기록 되찾았다" 비하인드스토리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6-08-25 18:28


부산 고경민(왼쪽)이 13일 안산과의 경기에서 골을 터뜨린 뒤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분실한 귀중품을 되찾은 느낌입니다."

K리그 챌린지 부산 아이파크가 고경민의 소중한 대기록을 되찾았다.

부산 구단은 25일 "K리그 챌린지 28라운드 안산과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고경민의 기록달성 시간이 11분에서 10분으로 정정돼 K리그 역대 최단시간 해트트릭 공동 1위로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고경민은 지난 13일 안산전(4대0 승)에서 후반 31분 교체 투입돼 35분 페널티킥으로 첫 골을 기록한 뒤 42분과 후반 인저리타임에 연속으로 추가골을 터뜨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공식기록 상 고경민이 해트트릭을 달성하는데 걸린 시간은 11분. K리그 역대 최단시간 해트트릭 기록에 단 1분이 모자라 최용수 감독(장수 쑤닝)과 함께 공동 2위로 기록됐다.

최단시간 해트트릭 1위는 2004년 8월 4일 부산전에서 울산 제칼로가 기록한 10분이다. 최용수 감독은 안양에서 뛰던 1999년 8월 18일 전북과의 경기(5대2 승)에서 11분 만에 프로 데뷔 첫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하지만 열흘 후 고경민은 기쁜 소식을 들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재검증을 통해 K리그 사상 가장 ?은 시간 안에 해트트릭을 달성한 국내 선수 1호로 위상이 격상된 것.

어찌된 일일까. 자칫 공동 2위로 묻힐 뻔했던 고경민의 기록이 열흘이 지나서야 바로잡힌 데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그 안에는 부산 구단의 끈질긴 '(K리그)역사 바로세우기' 노력이 숨어 있다.

이번 신기록 정정 과정에서 논란의 핵심은 고경민이 마지막 세 번째 골을 후반 몇분에 넣었느냐였다. 35분에 첫 골을 터뜨린 것은 페널티킥이었기 때문에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해트트릭을 완성한 시간을 놓고 혼선이 빚어졌다.


당시 부산-안산전을 담당한 현장 기록원은 고경민의 세 번째 골이 들어간 시간을 46분으로 기록했다. 그 즉시 부산 구단은 뭔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일단 구두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방송 중계 화면을 보면 45분인 것 같은데 잘못 된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거절당했다. "기록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답변만 들었다.

"그럼 그게 맞겠지 뭐"하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부산 구단은 K리그 역사에 남는 국내 선수 최초 기록이고 선수들의 사기문제도 걸려 있어서 그냥 포기할 수 없었단다.

부산 관계자는 "괜히 트집 잡으려고 그런 것은 아니다. 비록 챌린지 리그지만 K리그 역사에 의미있는 기록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확인해보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이후 구단 관계자들은 방송 중계 영상, 전력분석 영상 등 해당 장면이 찍힌 다양한 영상을 구해 수십번에 걸쳐 분석했다. 중계 화면에 찍힌 경기시간을 확인하고 직접 시간도 재봤다. 결론은 '후반 45분'이었다.

결국 부산 구단은 연맹에 경기영상을 다시 분석해 줄 것을 요청했고, 연맹은 이를 수용했다. 보통 K리그 한 라운드가 끝나면 바로 이튿날 연맹 분석원들이 모여 모든 경기의 영상을 틀어보며 사후판정, 경기력 분석을 주로 한다. 최단시간 해트트릭같은 기록은 희귀한 경우여서 문제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는 한 라운드 다음날 영상분석에서 쉽게 걸러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재검증까지 열흘이란 시간이 흘렀다.

연맹은 부산 구단의 요청대로 문제의 영상을 면밀하게 재검증한 결과 현장 기록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45분으로 정정했다. 최 감독 이후 17년 만에 신기록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부산 구단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착오가 있을 수 있다. 잃어버릴 뻔했던 귀중품을 되찾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웃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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