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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2016]'우리 형' 호날두, '작은 형'보다 한수위였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6-07-07 17:42


ⓒAFPBBNews = News1

국내 팬들 사이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레알 마드리드)는 '우리 형'으로 불린다.

호날두 팬들이 호날두를 '날두형'으로 부르자, 이것이 발전해 '우리 형'으로 정착됐다는게 정설이다. 일종의 친근감의 표시다. 그 후 호날두와 레알 마드리드에서 함께 뛰는 선수들에게도 별명이 생겼다. 섹스 비디오 협박 사건에 연루된 카림 벤제마의 별명은 '나쁜 형', 머리가 긴 루카 모드리치는 '우리 누나', 거친 플레이를 하는 페페는 '깡패 형'이다. 가레스 베일(27)은 '작은 형'으로 불린다.

말 그대로다. 베일은 유명한 호날두 바라기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한솥밥을 먹기 전까지 호날두의 플레이를 자신의 SNS에 올릴 정도로 강한 '팬심'을 보였다. 플레이스타일은 물론 프리킥 차는 폼, 세리머니까지 비슷하다. 국내팬들은 호날두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하는 베일에게 '리틀 호날두'의 의미를 담아 '작은 형'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7일(한국시각) 프랑스 리옹의 스타드 데 뤼미에르에서 열린 포르투갈과 웨일스의 유로2016 4강전은 그래서 '브라더 더비'로 불렸다. 경기 전 베일은 "나와 호날두의 대결이 아닌 포르투갈과 웨일스의 대결"이라고 했지만 시선은 당연히 '우리 형'과 '작은 형'을 향했다. 8강까지 2골에 그쳤지만 포르투갈의 중심은 역시 호날두였고, 애런 램지가 빠진 웨일스의 믿을 구석은 베일 뿐이었다. 두 선수 중 터지는 쪽이 결승행 티켓을 잡을 수 있었다.

승자는 '우리 형'이었다. 잠잠했던 호날두는 가장 결정적인 순간 헤딩 한번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후반 5분 하파엘 게레이로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하며 결승골을 뽑았다. 자신을 대인 마크하는 제임스 체스터보다 머리 하나가 더 솟구칠 정도의 압도적 점프력과 정확한 타이밍이 만든 기가 막힌 골이었다. 호날두는 이 골로 '프랑스의 전설' 미셸 플라티니가 갖고 있던 유로 본선 최다골 기록(9골)과 타이를 이뤘다. 기세가 오른 호날두는 3분 뒤 나니의 추가골도 도왔다. 에이스가 살아나자 포르투갈도 신바람을 냈다. 주앙 마리우, 헤나투 산체스 등이 여러차례 좋은 기회를 만들었다. 그 전까지 수비만 하던 포르투갈이 아니었다.

반면 베일은 외로웠다. 베일의 개인기량은 나무랄데가 없었다. 돌파는 여전했고, 슈팅도 강력했다. 하지만 좋은 패스를 뿌려줄 램지의 부재로 혼자서 찬스메이킹까지 해야 했다. 전방이 아닌 허리 지역부터 볼을 잡다보니 가까운 곳에서 슈팅을 하지 못했다. 베일이 골을 만들어 내지 못하자 웨일스는 힘을 잃었다. 결국 경기는 포르투갈의 2대0 승리로 마무리됐다. 포르투갈은 사상 첫 유로 우승에 한발 더 다가섰고, 웨일스의 돌풍은 여기까지 였다. 8강까지 아우가 웃었지만, 가장 중요한 4강 맞대결에서는 형이 웃었다.

경기 종료 후 호날두는 낙담하고 있는 베일을 찾아가 따뜻한 위로를 건냈다. 역시 '우리 형'이었다. 동생의 눈물을 닦아준 호날두의 시선은 이제 우승컵을 정조준하고 있다. "포르투갈 유니폼을 입고 우승하고 싶었다. 그 꿈이 조금 더 가까워졌다." '라이벌'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도 깨지 못한 '메이저 우승'의 한을 풀기까지 이제 딱 한 고비만 남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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