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페 쿠티뉴(24)가 경기를 지배했다.
하지만 브라질은 이 모든 의구심을 실력으로 잠재웠다. 무려 7골 맹폭으로 아이티 진영을 초토화했다. 그 중심에 쿠티뉴가 있었다. 비록 약체 아이티와의 대결이었지만 극단적 수비를 뚫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쿠티뉴는 마치 안방처럼 편안하게 아이티 수비라인을 휘저었다.
브라질 골 폭풍의 첫 장은 쿠티뉴가 넘겼다. 전반 14분 아크 정면 부근까지 드리블 돌파를 한 뒤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불과 14분 뒤, 쿠티뉴의 이름이 다시 한 번 전광판에 새겨졌다. 문전으로 향한 조나스의 패스를 질풍 처럼 쇄도해 오른발로 밀어 넣었다. 두 번째 골.
후반에도 쿠티뉴의 활약은 이어졌다. 공격 전 지역을 넓게 활용하며 아이티 수비를 교란했다. 빠른 스피드로 호시탐탐 수비 뒷 공간을 열었다. 재치 있는 패스로 수비수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브라질은 쿠티뉴에게 수비의 시선이 쏠린 틈을 타 2골을 추가해 5-0으로 달아났다.
큰 점수 차에 방심했던 탓일까. 브라질은 후반 25분 아이티의 마르셀린에게 만회골을 허용했다. 다시 정신을 차린 브라질은 후반 40분 아우구스투의 추가골로 6-1을 만들었다. 경기 종료 직전. 쿠티뉴가 또 한번 포효했다. 후반 추가시간 아크 왼쪽에서 절묘한 오른발 슈팅으로 아이티 골망을 뒤흔들며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네이마르가 없는 브라질. 공백이 느껴지지 않았다. 쿠티뉴가 브라질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
한편, 같은날 열린 에콰도르와 페루의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는 양 팀이 사이 좋게 2골씩 주고 받으며 2대2 무승부를 거뒀다. 페루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전반 5분 쿠에바가 페널티박스 내 정면에서 멋진 턴 동작에 이은 슈팅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이어 전반 13분 플로레스의 추가골로 2-0 리드를 잡으며 손쉽게 승리하는 듯 했다. 하지만 에콰도르의 반격은 매서웠다. 전반 38분 에네르 발렌시아가 안토니오 발렌시아의 패스를 가슴 트래핑 한 뒤 호쾌한 발리 슈팅으로 만회골을 터뜨렸다. 기세가 오른 에콰도르는 후반 3분에 터진 볼라뇨스의 동점골로 2-2 균형을 맞췄다. 이후 치열한 일진일퇴의 공방전. 하지만 끝내 승패를 가리지 못한채 2대2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