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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신인' 홍준호, 아버지에게 바치는 '첫 태극마크'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6-05-24 19:46


홍준호(오른쪽)가 지난달 17일 광양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전남과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6라운드에서 골을 터뜨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아버지께서 정말 좋아하셨을 거에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홍준호(23·광주)의 목소리는 의외로 담담했다. 23일 발표된 올림픽대표 4개국 친선대회(6월2일~6일)의 대표팀 명단. 권창훈 황희찬 류승우 등 예상했던 익숙한 이름들이 보인다. 생소한 이름도 있다. 홍준호. 생애 처음으로 대표팀에 발탁된 중앙수비수다. 올시즌 K리그 클래식 광주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신인. 홍준호는 "솔직히 아직도 얼떨떨하다. 전혀 예상도,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태극마크. 모든 선수들의 꿈이다. 비록 A대표팀은 아니지만 의미가 크다. 8월 막을 올리는 리우올림픽까지 남은 시간은 단 2개월여. 신태용호의 옥석가리기는 최종단계라고 봐도 무방하다. 살살 기대감에 들뜰 법 한 시점. 하지만 홍준호는 "기분이 좋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시험대에 오른 것이지 최종적으로 선발된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차분하게 이어지던 홍준호의 목소리가 어느 순간 흔들린다. 미세한 떨림이 느껴진다. 부모님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였다. "어머니께서 정말 좋아하셨다. '정말 고생 많았고 축하한다'고 말해줬다"고 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잠시 숨을 고른 그가 한숨쉬듯 내뱉는다. "대학교 4학년 때 돌아가셨어요." 불과 1년 전 일. 아들 유니폼에 새겨진 태극마크를 보여드릴 수 있었다는 회한이 느껴진다.

먹먹함 속에 침묵. 화제를 돌리려던 차에 홍준호가 말을 잇는다. "나를 축구 시키기 위해 아버지께서 참 고생이 많으셨다. 집이 제주인데 경기 때마다 비행기를 타고 오셔서 응원해주시곤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대표팀에 발탁된 것을 보셨다면 아버지께서 정말 좋아하셨을 것"이라며 애써 웃었다.

조금 일찍 욕심을 부려봤더라면….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홍준호는 지금까지 자신의 축구인생에 대해 한마디로 "굴곡이 없었다"고 정리한다. 큰 부상도, 시련도 없었다. 그러나 제대로 주목받은 적 또한 없었다. 홍준호는 단 한번도 연령별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홍준호는 "그냥 다른 욕심 없이 내 길을 걷기만 했다"고 말했다.

욕심이 없었다는 홍준호. 그런데 이제는 욕심이 난단다. "끝까지 가보고 싶다." 어쩌면 생에 다시 없을 올림픽 출전의 기회. 홍준호는 "경쟁에서 밀리고 싶지 않다. 이름 올린 모든 선수가 같은 마음일 것"이라며 "내가 가진 장점들을 발휘해 후회가 남지 않도록 뛰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홍준호의 장점은 무엇일까. 홍준호는 조용하지만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우선 키가 크기 때문에 제공권에 자신있다. 빌드업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초등학생 시절 육상부였다. 스피드도 크게 뒤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높이에 스피드까지, 종합해보면 기량은 충분한 선수.


고이 접어뒀던 욕심을 꺼내 기량과 결합시키면 과연 어떤 시너지가 나올까. 어쩌면 '신의 발탁'이 될 수도 있는 올림픽 대표팀의 '홍준호 카드'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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