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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정말 좋아하셨을 거에요."
차분하게 이어지던 홍준호의 목소리가 어느 순간 흔들린다. 미세한 떨림이 느껴진다. 부모님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였다. "어머니께서 정말 좋아하셨다. '정말 고생 많았고 축하한다'고 말해줬다"고 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잠시 숨을 고른 그가 한숨쉬듯 내뱉는다. "대학교 4학년 때 돌아가셨어요." 불과 1년 전 일. 아들 유니폼에 새겨진 태극마크를 보여드릴 수 있었다는 회한이 느껴진다.
먹먹함 속에 침묵. 화제를 돌리려던 차에 홍준호가 말을 잇는다. "나를 축구 시키기 위해 아버지께서 참 고생이 많으셨다. 집이 제주인데 경기 때마다 비행기를 타고 오셔서 응원해주시곤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대표팀에 발탁된 것을 보셨다면 아버지께서 정말 좋아하셨을 것"이라며 애써 웃었다.
욕심이 없었다는 홍준호. 그런데 이제는 욕심이 난단다. "끝까지 가보고 싶다." 어쩌면 생에 다시 없을 올림픽 출전의 기회. 홍준호는 "경쟁에서 밀리고 싶지 않다. 이름 올린 모든 선수가 같은 마음일 것"이라며 "내가 가진 장점들을 발휘해 후회가 남지 않도록 뛰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홍준호의 장점은 무엇일까. 홍준호는 조용하지만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우선 키가 크기 때문에 제공권에 자신있다. 빌드업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초등학생 시절 육상부였다. 스피드도 크게 뒤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높이에 스피드까지, 종합해보면 기량은 충분한 선수.
고이 접어뒀던 욕심을 꺼내 기량과 결합시키면 과연 어떤 시너지가 나올까. 어쩌면 '신의 발탁'이 될 수도 있는 올림픽 대표팀의 '홍준호 카드'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