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계를 14일 수원더비, 후반 26분으로 돌려보자.
김병오는 그간 한국축구가 보유한 윙어들과는 다르다. 스피드, 기술, 킥력 등을 앞세운 기존의 윙어들과 달리 김병오의 장점은 '파워'다. 폭발력과 피지컬을 앞세워 상대를 제압한다. 김병오는 "대학때부터 힘을 이용한 저돌적인 플레이를 했다. 사람들이 나에 대한 평가할 때마다 힘을 많이 쓴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웨이트를 즐겨한다. 밸런스 운동도 빼놓지 않는다. 가끔은 사비를 들여서 트레이닝을 받기도 한다. 김병오의 파워는 선천적인 부분도 있지만 이같은 노력의 산물이다.
하지만 힘만으로 상대를 이길 수는 없다. 김병오에게는 '기백'이 있다. 반드시 상대를 압도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넘친다. '집념'에 가깝다. "내셔널리그, K리그 챌린지를 거치면서 클래식이라는 무대에 대한 갈망이 컸다. 그랬기 때문에 한 경기 한 경기가 더 소중하다. 오랜기간 별러 왔기에 내가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루마니아 2부리그 행을 모색하던 중 당시 조민국 감독이 이끌던 내셔널리그 소속의 울산현대미포조선에서 러브콜이 왔다. 조 감독은 "K리그 복귀를 도와주겠다"며 김병오를 설득했다. 김병오는 울산현대미포조선의 에이스로 자리잡으며 마침내 K리그 무대로 돌아왔다. 우선지명으로 챌린지 FC안양의 선택을 받았다. 클래식이 눈 앞에 보였다. 하지만 동계 훈련 중 인대가 끊어지며 발목을 다쳤다. 후유증으로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대전코레일의 유니폼을 입으며 그는 6개월만에 다시 내셔널리그 무대로 컴백했다. 김병오는 절치부심 속에 제 기량을 찾아갔다. 경남에서 이적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경남 수뇌부들이 검찰조사를 받는 바람에 K리그행이 무산됐다. 가까스로 대신 충주 험멜 유니폼을 입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그는 최약체 충주에서 9골-3도움을 기록하며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승격 후 전력보강 작업을 하던 조덕제 감독이 가장 먼저 러브콜을 보낸 선수가 김병오였다. 사실 조 감독은 아주대 감독 시절부터 김병오를 눈여겨 봤다. 김병오는 "충주에서 제법 좋았기 때문에 여러 팀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고민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조 감독에게 가장 빨리 연락이 왔다. 충주에서 뛰면서 '수원FC 같은 축구라면 내가 더 잘할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래서 별 다른 고민 없이 감독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힘들게 올라온 클래식 무대, 그는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단다. 김병오는 끼가 많은 선수다. 오른쪽 윙어로 활약하던 그가 충주에서 왼쪽으로 옮긴 이유는 볼을 더 많이 잡기 위해서였다. 공격축구로 무장한 수원FC에서 그는 많은 팬들의 환호 속에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1만명이 넘는 관중이 운집한 성남과의 깃발더비, 수원 삼성과의 수원더비, 이 두 경기에서 김병오가 골을 넣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김병오도 다른 선수들처럼 국가대표를 꿈꾼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 내 플레이를 돌려보면 만족하지 못한다. 주변에서 대표팀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지금 A대표팀에서 뛰는 선수들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욕심을 부릴 수 있다. 아직 이룬게 없기에 배가 고프다." 대신 수원FC에 집중하고 싶다. "여태까지 그래도 매 시즌 10개 이상의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클래식에서도 그럴 수 있는지 내 한계를 시험하고 싶다. 만약 여기서도 10개 이상의 공격포인트를 올린다면 수원FC가 지금 보다 높은 순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나를 믿어준 감독님을 위해서, 점점 늘어나고 있는 팬들을 위해 반드시 이루고 싶다." '집념'의 사나이 김병오. 그의 축구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