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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의 센터서클]최단기간 100승 일군 최용수, 명장의 향기 물씬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6-05-15 18:44



"과연 (최)용수가 지도자로 성공할 수 있을까."

5년 전 그의 은사와 선배들이 던진 물음표다.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보듯 기대보다 걱정이 더 컸다. 당시 그는 40대에 갓 들어섰다. 현역 사령탑 중에는 그야말로 '막내 중 막내'였다. 재미난 선입견도 있었다. 그는 현역 시절 '모범생'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본업인 축구는 게을리하지 않았지만 '노는 데'도 '일등'이었다. "좀처럼 지도자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 용수가 이렇게 잘할지 정말 몰랐다. 요즘 보면 축구에 또 다른 눈을 뜬 것 같다." 시간이 훌쩍 흘렀다. 2016년 5월 축구판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사뭇 다르다. 그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각은 어느새 완연히 달라져 있다.

FC서울을 맡은 지 어언 여섯 시즌째, 최용수 감독이 새로운 역사를 열고 있다. 1983년 태동한 K리그의 새로운 이정표, 역대 최단 기간 K리그 통산 100승(정규리그와 리그컵) 달성이다. 서울은 14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 성남과의 원정경기에서 역전, 재역전의 치열한 공방 끝에 3대2로 승리했다. 그 1승이 곧 역사가 됐다. 최 감독은 K리그 역대 최단인 193경기 만에 100승(49무54패)을 신고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과 고인이 된 차경복 전 성남 감독이 224경기 만에 챙긴 100승을 무려 31경기나 앞당겼다. 실제 나이(1971년생)가 아닌 호적(1973년 9월 10일)만 놓고 보면 최연소 100승 기록(42세 8개월 4일)도 세웠다. 박성화 전 포항 감독(44세 10개월 15일)의 기록을 경신했다. 동시에 K리그 통산 100승을 달성한 16명의 감독 가운데 64.5%(2위·최강희 감독 61.5%)이란 가장 높은 승률도 기록했다.


감독 최용수 시대가 열린 것은 2011년 4월 26일, 황보관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빈 자리를 채웠다. 처음에는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코치로 있으면서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을 보냈다. 하지만 눈은 감고 있지 않았다." 세상의 걱정과는 달리 그는 자신감으로 가득했고, 연착륙에 성공했다. 15위까지 추락한 팀을 3위에 올려놓았다.

대행 꼬리표를 뗀 2012년에는 팀에 K리그 우승을 선물했다. 한 팀에서 선수(2000년), 코치(2010년), 감독(2012년)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린 유일무이한 역사적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이는 서막에 불과했다. K리그 감독상을 수상한 그는 2013년에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으로 아시아축구연맹(ACL)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늘 웃을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의 성공을 바라보는 이면에는 시쳇말로 '선수빨'이라는 부정적 시선도 있었다. 2014년 주축 선수들이 이적하자 '슬로 스타트'로 도마에 올랐다. 시련은 있었지만 실패는 없었다. 매 시즌 ACL 출전 티켓을 거머쥐며 건재를 과시했고, 지난해에는 FA컵 우승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올 시즌 현재까지는 최 감독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해보다 뜨거운 겨울을 보낸 그는 '슬로 스타트'라는 오명을 지웠다. K리그에서 선두(승점 22·7승1무2패)를 질주하고 있고, ACL에선 F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 16강전을 앞두고 있다. 11일 열린 대구FC와의 FA컵 32강전에서는 연장 혈투 끝에 4대2로 대역전승하며 16강에 진출했다. 올 시즌 서울의 경기는 승부를 떠나 "재미있다", "돈이 아깝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실 감독의 삶은 고달프다. 일상이 스트레스다. 서울은 더 특별하다. 데얀, 아드리아노, 박주영 등 개성 강한 선수들이 가득하다. 최 감독은 매일 그들과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한다. 당근과 채찍의 연속이다. 어느덧 '밀당(밀고 당기기)의 대가'가 됐다. 선수들의 이름값은 이름값일 뿐이다. 어느 누구도 최 감독의 권위에는 도전하지 않는다. 톡톡 튀는 아드리아노가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인물이 최 감독이다. 데얀과 박주영 등도 최 감독 앞에서는 '순한 양'일 뿐이다. 탁월한 선수단 장악력은 '최용수 리더십'의 첫 번째 열쇠다.

여기에 전략까지 더해졌다. 올 시즌 그는 K리그 최고의 지략가로 인정받고 있다. 14일 성남전이 거울이다. 서울은 전반 3분 주세종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지만 전반 17분과 31분 김태윤과 티아고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그러자 최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지체 없이 변화를 시도했다. 데얀 대신 박주영을 투입했고, 오스마르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했다. 반박자 빠른 판단이 빛을 발했다. 박주영은 후반 6분 아드리아노의 동점골을 연출했다. 후반 26분에는 아드리아노의 도움을 받은 주세종이 재역전골을 작렬시키며 승부의 흐름을 바꿨다.

최 감독은 최근 술과 담배를 끊었다. 그는 "술과 담배를 멀리하다보니 판단력이 더 좋아졌다"며 특유의 너스레를 떤다. 물론 모든 공은 철저하게 선수들에게 돌린다. 최 감독은 "박주영과 황의조(성남)의 클래스가 다르다는 것을 입증한 경기였다"며 웃는다. 그리고 "100승까지 어떻게 해왔는지 잘 모르겠다. 항상 노력했고, 선수들에게 감사하고 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낮은 자세로 노력하겠다"며 다시 한번 "좋은 선수들 덕분"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최 감독은 '허허실실'이다. 겉으로는 우둔한 척 하지만 속에선 늘 승부의 칼날을 간다.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공부도 열심히 한다. '이진법 공격', '수비 축구' 등 숱한 논란이 있었지만 최 감독은 타협하지 않았다. 그의 스리백은 올 시즌 더 화사한 꽃을 피우고 있다.

최단 기간 K리그 100승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요즘 최 감독 주위에서는 명장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스포츠 2팀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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