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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와 포항. 두 팀은 K리그의 역사를 관통하는 라이벌이다.
수치로 드러난 공격은 활발했다. 울산은 이날 14개의 슛 중 11개가 유효슛으로 연결됐다. 포항도 13개의 슛 중 8개가 울산 문전으로 향했다. 전반 8분 골대를 강타한 박성호(울산)의 다이빙 헤딩슛, 후반 19분 김진영(포항)의 선방에 막힌 정승현(울산)의 헤딩슛 등 좋은 장면도 있었다. 하지만 헛심공방이었다. 선굵은 축구로 '철퇴'라는 호칭을 얻었던 울산이나 최근 수 년 동안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패스 플레이로 상대 공간을 헤집었던 포항 양 팀 모두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킬만한 고유한 색깔로 그라운드를 물들이는데 실패했다. 단조로운 패턴과 뻔한 움직임 속에 골에 대한 희망으로부터 점점 멀어졌을 뿐이다. 10경기 7골로 리그 최소 득점을 기록 중인 울산이나, 최진철 감독 부임 이후 확실한 공격루트를 찾지 못하고 있는 포항의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난 승부였다.
물론 희망적인 부분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울산은 박성호 활용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동안 원톱 이정협에게만 의존하던 패턴에서 벗어나 박성호와 역할 분담으로 상대 수비라인을 공략한 것이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 최근 스리백으로 전환한 포항은 최근 수 년간 골문을 지켜온 주전 골키퍼 신화용의 부상으로 대신 그라운드를 밟은 김진영의 선방쇼가 위안거리였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