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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의 발품스토리]'벵거 아웃' 울리던 아스널, 실제 분위기는 '응원+격려'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6-04-03 10:48



[런던(영국)=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궁금했다. 인터넷 브라우저와 신문 지면 여기에 TV화면에 계속 나오는 그 장면의 실체가 궁금했다. '벵거 아웃'의 실제 분위기를 알고 싶었다.

아스널은 올 시즌도 어김없이 시즌 후반 들어 하락세다. 2월말 시작됐다. 2월 24일 바르셀로나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UCL) 16강 1차전 0대2 패배를 시작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부진에 빠졌다. 2월 28일 맨유 원정에서 2대3, 3월 3일 스완지시티와의 홈경기에서 1대2로 졌다. 이 경기에서 한 팬은 '벵거 아웃'이라는 플래카드를 들었다. 영국 언론들은 이 사진을 크게 실었다. 그러면서 벵거 감독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데일리 미러는 '매년 아스널은 언제나 숨막힌다(same old Arsenal.. always choking)'고 뽑았다. 매 시즌 이 즈음 4위를 향해 내려가는 아스널의 전통(?)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 벵거 감독은 영웅이 아닌 슬픈 실패자로 팀을 떠나야할 위기에 직면했다'고 썼다. 무가지인 '메트로'는 더 하다. 메트로는 현지 시각으로 4일 발행된 신문에서 '벵거 감독이 아스널을 떠나야할 6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벵거의 위기였다.

2일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을 찾았다. 아스널은 왓포드와 EPL32라운드 홈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벵거 감독에 대한 분노'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응원과 격려가 넘쳤다. 경기 시작 전 전광판에는 벵거 감독이 나왔다. 간단한 인터뷰를 했다. 관중들은 환호와 박수로 그를 응원했다. 경기장 곳곳에는 벵거 감독을 응원하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S석에는 '축구는 예술이어야 한다(Football should be ana art)'는 벵거 감독의 언급이 그의 얼굴과 함께 걸려 있었다. 반대편에는 '믿음을 가지자(Keep the faith)'라는 걸개도 걸렸다. 분위기가 확실히 바뀌었다.


ⓒAFPBBNews = News1
분위기 반전의 발판은 3월 5일 북런던 더비였다. 토트넘 원정경기에서 아스널은 2대2로 비겼다. 1-2로 지고 있었다. 그것도 한 명이 퇴장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투혼을 발휘하며 무승부를 기록했다. 물론 그 이후 획기적인 변화가 찾아오지는 않았다. 아스널은 FA컵에서 왓포드에게 지며 탈락했다. UCL 16강 2차전에서 바르셀로나에게 지며, 역시 탈락했다.

하지만 에버턴 원정 경기에서 2대0으로 승리했다. 이 경기 전까지 아스널은 3위로, 1위 레스터시티와는 11점, 2위 토트넘과는 6점차였다. 레스터시티와 토트넘보다 1경기를 덜하기는 했지만 일단은 승점 3점이 필요했다.

여기에 아스널의 에이스인 메수트 외질과 벵거 감독 사이에 묘한 기류도 형성됐다. 3월 22일 외질이 폭탄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스페인 언론은 '외질이 아스널의 부진에 지쳐있다. 벵거 감독이 아스널에 남을 경우 팀을 떠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음날 외질은 즉각 반론에 나섰다. 자신의 SNS계정을 통해 '오늘 언론 보도를 봤다. 내가 아스널에 온 가장 큰이유가 벵거 감독이다. 내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고 썼다. 단순 오보로 끝나는 듯 했다.

상황은 다시 바뀌었다. 31일 외질은 '더 텔레그래프'를 통해 "올 시즌 우리는 스스로 시즌을 망쳤다. 약한 팀을 상대로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EPL에서는 하위팀을 상대로 이기지 못하면 바로 우승 경쟁에서 밀려난다. 다음 시즌에는 이런 실수를 하면 안된다"고 했다. 이에 벵거 감독이 응수했다. 1일 벵거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외질의 그 발언은 부적절하다. 우리는 우승 가능성을 믿어야 한다. 선수들이 믿음을 가질 때 진짜 기회가 생긴다"고 했다.


아스널 팬들도 이날 경기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데 비난보다는 격려가 더 좋다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경기장에서 만난 팬들은 대부분 "일단 시즌이 끝난 뒤에 성적을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선수들과 감독을 믿어야 할 때"라고 했다. 외질이 코너킥을 차러 갈 때마다 팬들은 큰 박수와 환호로 격려했다.

이 덕분이었을까. 아스널은 왓포드를 4대0으로 누르고 승점 3점을 보탰다. 뒤이어 열린 경기에서 토트넘은 리버풀과 비겼다. 양 팀의 승점차는 4점으로 좁혀들었다. 벵거 감독은 "오늘 선수들이 너무 잘했다"면서 "앞으로 가질 경기에만 집중하도록 하겠다. 끝날 때까지 기회를 얻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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