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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영국)=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궁금했다. 인터넷 브라우저와 신문 지면 여기에 TV화면에 계속 나오는 그 장면의 실체가 궁금했다. '벵거 아웃'의 실제 분위기를 알고 싶었다.
2일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을 찾았다. 아스널은 왓포드와 EPL32라운드 홈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벵거 감독에 대한 분노'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응원과 격려가 넘쳤다. 경기 시작 전 전광판에는 벵거 감독이 나왔다. 간단한 인터뷰를 했다. 관중들은 환호와 박수로 그를 응원했다. 경기장 곳곳에는 벵거 감독을 응원하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S석에는 '축구는 예술이어야 한다(Football should be ana art)'는 벵거 감독의 언급이 그의 얼굴과 함께 걸려 있었다. 반대편에는 '믿음을 가지자(Keep the faith)'라는 걸개도 걸렸다. 분위기가 확실히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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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아스널의 에이스인 메수트 외질과 벵거 감독 사이에 묘한 기류도 형성됐다. 3월 22일 외질이 폭탄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스페인 언론은 '외질이 아스널의 부진에 지쳐있다. 벵거 감독이 아스널에 남을 경우 팀을 떠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음날 외질은 즉각 반론에 나섰다. 자신의 SNS계정을 통해 '오늘 언론 보도를 봤다. 내가 아스널에 온 가장 큰이유가 벵거 감독이다. 내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고 썼다. 단순 오보로 끝나는 듯 했다.
상황은 다시 바뀌었다. 31일 외질은 '더 텔레그래프'를 통해 "올 시즌 우리는 스스로 시즌을 망쳤다. 약한 팀을 상대로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EPL에서는 하위팀을 상대로 이기지 못하면 바로 우승 경쟁에서 밀려난다. 다음 시즌에는 이런 실수를 하면 안된다"고 했다. 이에 벵거 감독이 응수했다. 1일 벵거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외질의 그 발언은 부적절하다. 우리는 우승 가능성을 믿어야 한다. 선수들이 믿음을 가질 때 진짜 기회가 생긴다"고 했다.
아스널 팬들도 이날 경기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데 비난보다는 격려가 더 좋다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경기장에서 만난 팬들은 대부분 "일단 시즌이 끝난 뒤에 성적을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선수들과 감독을 믿어야 할 때"라고 했다. 외질이 코너킥을 차러 갈 때마다 팬들은 큰 박수와 환호로 격려했다.
이 덕분이었을까. 아스널은 왓포드를 4대0으로 누르고 승점 3점을 보탰다. 뒤이어 열린 경기에서 토트넘은 리버풀과 비겼다. 양 팀의 승점차는 4점으로 좁혀들었다. 벵거 감독은 "오늘 선수들이 너무 잘했다"면서 "앞으로 가질 경기에만 집중하도록 하겠다. 끝날 때까지 기회를 얻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