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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레바논] 기성용-이청용 유럽파의 건재함? 배려는 통했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6-03-24 21:57 | 최종수정 2016-03-24 22:21

구자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원칙을 깬 배려가 일단 통했다.

한국축구의 대표 유럽파들이 슈틸리케 감독의 기대에 화끈하게 화답하지는 못했지만 절반의 성공이었다.

그동안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 선발 기준에 있어 원칙주의자였다. "이름값을 떠나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통해 경기력을 유지하지 못하면 발탁하지 않는다."

하지만 2016년 첫 출발을 앞두고 원칙을 잠깐 접었다. 24일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G조 7차전 레바논과의 경기에 이청용(크리스탈팰리스) 기성용(스완지시티) 김진수(호펜하임) 등 유럽파를 불러들였다.

이들은 슈틸리케 감독의 원칙대로 라면 부름받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청용은 최근 리그에서 6경기 연속 출전하지 못하는 등 결장, 교체 소식이 더 많았고 기성용은 뇌진탕 부상 후 발목까지 다쳐 최근 출전 시간이 줄어들었다. 김진수 역시 4주째 벤치를 지키기만 했다.

"유럽파 선수들이 최근 좋은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대표팀 경기력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걱정했던 슈틸리케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배려와 포용이었다. 그는 이번 소집에 대해 "A대표팀에 불러 믿고 신뢰하고 잘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소속팀에서 위축된 그들이 자신감과 경기력을 회복할 수 있는 탈출구를 마련해 준 것이다.

'쌍용' 이청용-기성용은 약간의 희비 교차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함께 2선 중앙을 형성한 기성용은 명불허전이었다. 필드의 조율사 솜씨가 여전했다. 구자철과 수시로 위치 변경을 하며 상대 미드필드의 집중력을 흐트렸다. 좌-우 측면으로 공을 정확하게 공을 배급하고 동료 선수들을 폭넓게 활용하는 시야 등 특유의 경기 운영 능력은 '단지 부상 때문에 쉬었을 뿐'임을 증명했다. 전반 12분 레바논 골키퍼의 가까스로 선방에 골로 연결되지 못했지만 문전의 구자철에게 절묘한 패스를 배급하기도 했다. 결국 기성용은 경기 종료 직전 이정협에게 천금같은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대미까지 장식했다.

이청용은 경기 초반 잠깐 볼처리 미숙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 전반 12분 원톱 선발 황의조의 결정적인 슈팅이 상대 수비에 막혔지만 이 찬스는 이청용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후반 들어 이청용의 왼쪽 측면 돌파는 한층 활발해지며 한국의 공격 루트도 활발해졌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예전의 이청용 특유의 날카로움은 뭔가 부족한 모습이었다.


김진수는 사실 기대 이하였다. 한국이 전반에 장현수의 오른쪽 측면 공략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도 반대쪽 김진수가 정체돼 있었기 때문이다. 볼 컨트롤은 물론 동료의 패스를 따라가기 버거워 보였고 자신감도 떨어진 모습이었다. 후반 들어 이청용과의 호흡을 살리며 다소 개선됐지만 소속팀에서의 위축된 입지를 털어내기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가운데 유럽파의 자존심을 한껏 살려준 이는 구자철이다. 구자철은 이날 나무랄데 없었다. 세트 피스 킥은 물론 황의조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든든한 서포터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이번 슈틸리케호에 소집되기 전 2015~2016 독일 분데스리가 25라운드 레버쿠젠전(3대3 무)에서 프로 데뷔 첫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7호골을 완성, 개인 한 시즌 최다골을 기록한 자신감이 그대로 묻어났다.

슈틸리케 감독이 우려했던 유럽파의 경기력은 이날 레바논전에서 상당 부분 덜어냈다는데 의의가 있다. 시작이 반, 태국으로 향하는 슈틸리케 감독의 발걸음도 가벼워질 전망이다.
안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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