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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의 센터서클]2016년 첫 출항 슈틸리케호, 더 큰 그림 그려할 때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6-03-24 00:24


축구 대표팀 슈틸리케호 선수들이 21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레바논과의 러시아월드컵 2차예선전을 앞두고 훈련에 임하고 있다.
슈틸리케호는 24일 오후 8시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레바논과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7차전을 치른 후 27일 원정에서 태국과 친선경기를 치플 예정이다
안산=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3.21/

긴 휴식기가 끝이 났다.

슈틸리케호의 시계가 다시 움직인다. 태극전사들이 2016년 첫 A매치 무대에 등장한다. 슈틸리케호는 24일 오후 8시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레바논과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G조 7차전을 치른다. 2차 예선의 종착역이다. 한 경기가 더 남았지만 없던 일이 됐다. 29일 예정된 쿠웨이트와의 최종전은 무산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해 쿠웨이트의 체육 관련 법률이 정부의 체육단체 행정 개입을 가능하도록 개정됐다는 이유로 축구협회의 자격을 정지했다. 슈틸리케호는 쿠웨이트전 대신 27일 원정에서 태국과 친선경기를 치르기로 했다.

레바논전의 발걸음은 가볍다. 낙승이 점쳐지는 가운데 만에 하나 패하더라도 대세에 지장이 없다. 슈틸리케호는 G조 1위로 일찌감치 최종예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39개팀이 8개조로 나뉘어 펼쳐지고 있는 2차예선에서는 각 조 1위와 2위팀 가운데 성적순으로 상위 4개팀이 최종예선에 진출한다.

2015년을 되돌아보면 분명 미소가 더 크다. 슈틸리케호는 거침없는 질주로 2014년 브라질월드컵의 아픔(16강 진출 실패)을 지웠다. 1월 호주아시안컵 준우승으로 출발해 8월 열린 동아시안컵에선 7년 만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도전의 첫 단추인 2차예선도 무결점이었다. 6전 전승, 23득점-무실점으로 가볍게 1차 관문을 통과했다.

올해 첫 발걸음,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2015년과 2016년의 연결고리라고 했다. "올해도 지난해의 좋은 모습을 이어가고 싶다. 어쩌면 레바논전이 큰 의미가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난해 보여준 좋은 모습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게 중요하다."

슈틸리케 감독의 말대로 기분좋은 추억은 계속해서 이어가야 한다. 그러나 냉정한 판단도 수반돼야 한다. 특히 흘러가버린 과거에 집착해선 안된다. 2016년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차원이 다른 해다.

지난해의 경우 일정상 불가피했지만 한국보다 FIFA 랭킹이 높은 팀과 충돌한 적이 없었다. 슈틸리케호의 진정한 시험대는 올해 시작된다. 출발이 6월이다. 슈틸리케호는 6월 1일과 5일 유럽에서 스페인, 체코와 평가전을 치른다. 스페인의 FIFA 랭킹은 3위, 체코는 25위다. 반면 한국은 57위다. 슈틸리케호의 현주소를 점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9월에는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의 막이 오른다. 12개팀이 2개조로 나뉘어 열전에 돌입한다. 아시아에 배정된 월드컵 티켓은 4.5장이다. 2차예선이 다음주 막을 내리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A조), 호주(B조), 카타르(C조), 이란(D조), 일본(E조), 태국(F조), 북한(H조) 등이 1위에 포진해 있다. 아시아의 강호들이 무난하게 최종예선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최근 "쉬운 월드컵 최종예선은 단 한번도 없었다. 최종예선은 어려운 상대들을 만나는데 협회도 항상 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슈틸리케호의 현주소는 녹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팀의 근간인 유럽파가 흔들리고 있다. 구자철 홍정호(이상 아우크스부르크) 외에는 안갯속이다. 기성용(스완지시티)은 뇌진탕 부상 후 발목까지 다쳐 최근 출전 시간이 줄어들었다. 6월에는 기초군사훈련도 받을 예정이다. 이청용(크리스탈팰리스) 박주호(도르트문트) 김진수(호펜하임) 등은 출전보다는 교체, 결장 소식이 더 많다. 손흥민(토트넘)은 올림픽대표팀의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로 발탁될 예정이어서 8월 리우올림픽까지는 신태용호에 매진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의 주름살도 늘어나고 있다. 그는 이미 "유럽파 선수들이 최근 좋은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대표팀 경기력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소속팀에 설 자리를 잃은 몇몇 태극전사들을 레바논전에 차출한 데는 자신감과 경기력을 회복할 수 탈출구를 마련해주기 위한 배려였다. "A대표팀에 불러 들여서 믿고 신뢰하고 잘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말이 유럽파의 오늘이다. 최종예선에서 순항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유럽파들이 어떻게든 소속팀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그래야 아시아를 누비는 해외파와 K리거 등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2016의 빈 도화지가 그라운드에 놓였다. 빈 공간을 다시 채워나가야 한다. 올해는 더 큰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제 시작이다. 슈틸리케호도 더 큰 그림을 그리기를 바란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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