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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포르투갈)=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누구나 후회는 한다. 관건은 그 이후다. 후회만 할 것이냐. 아니면 후회를 발판삼아 다시 일어설 것이냐.
석현준은 지난해 10월을 잊지 못한다. 쿠웨이트, 자메이카와의 A매치를 끝내고 세투발로 복귀했다. 에이전트가 연락을 해왔다. "쑥. 지금 5대리그 소속이면서 유럽챔피언스리그(UCL)에 뛰는 팀이 널 원하고 있어." 처음에는 어떤 팀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석현준은 "어떤 팀일까 너무 궁금했다. 사실 9월 말 시즌 5호골을 넣었을 때 몇몇 팀에서 오퍼가 있었다. 체코, 중국 등에서 연락이 왔다 그 때마다 난 '5대리그와 UCL출전팀이 아니면 안가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바람이 이뤄졌다"고 회상했다. 곧이어 FC포르투라는 말을 들었다. "너무 좋았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포르투갈 3대 명문이라면 무조건 콜이었다. 그중에서도 포르투가 가장 가고 싶었다"고 했다.
겨울 이적 시장이 열렸다. 석현준은 밤잠을 설쳤다. 포르투를 가든 안 가든 빨리 결정이 났으면 했다. 신경을 써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큄 마차도 세투발 감독이 석현준을 불렀다. "포르투와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모두 오퍼가 왔다. 어디로 가고싶냐"고 물었다. 석현준은 "포르투로 가고 싶다. 그리고 가타부타가 빨리 결정났으면 좋겠다. 신경쓰여서 잠을 못 자겠다. 힘들다"고 했다. 다음날 석현준은 포르투 이적을 확정했다. "마차도 감독이 너무나 고맙다. 세투발에 와서 나를 믿어줬다. 한 때 골이 없었을 때도 나를 믿고 선발로 뛰게 해줬다. 팀을 떠날 때도 행운을 빌어줬다. 고맙다"고 했다.
석현준도 사람이다. 포르투행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유럽축구계에서 포르투는 '거상'으로 통한다. 젊고 발전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사서 빅클럽에 판다. 라다멜 팔카오, 헐크, 하메스 로드리게스, 다닐로, 안데르손, 히카르두 카르발류, 페페 등이 포르투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빅클럽으로 적을 옮겼다. 석현준도 잘 알고 있다. 욕심이 없을리 없다. "포르투에서 꼭 성공해서 레알 마드리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같은 큰 클럽으로 꼭 가고 싶다"고 했다.
남다른 마음가짐이 무기다. '후회'를 가슴속에 박아놓고 있다. 석현준은 "이번에 포르투를 가게 되니까 아약스 팬들이 '왜 우리는 쑥같은 좋은 선수를 놓쳤나'고 하더라. 그런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약스가 나를 놓친 것이 아니라 내가 아약스를 놓쳤다고 생각한다. 그 때는 지금과 같은 마음이 아니었다"고 했다. 석현준은 19세가 되던 2010년 1월 아약스와 계약을 맺었다. 다들 놀랬다. 새로운 대형 스트라이커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아약스에서 3경기를 뛰는데 그쳤다. "당시만해도 운동에 전념하지 못했다. 아약스에 있을 때는 내 모든 것이 잘나보였다 나가서 멋부리고, 뭔가 커보이고 싶었다. 개인운동도 소홀히 하고 친구들과 연락하고 그랬다"고 고백했다.
2011~2012시즌을 앞두고 석현준은 아약스의 1군에 들지 못했다. 그리고 흐로닝언으로 팀을 옮겼다. 저니맨 생활의 시작이었다. 2013년 1월 포르투갈의 마리티모, 6개월 뒤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아흘리로 이적했다. 1년을 뛴 뒤 포르투갈의 나시오날로 돌아왔다. 다시 6개월을 뛰고 세투발에 정착했다.
"세투발에 왔을 때는 사실 지쳐있었다. 그리고 절벽 위였다. 여기(세투발)서도 안되면 2부리그나 아시아쪽으로 가야했다. 마지막이었다. 그래서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축구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훈련과 경기에 도움되는 것들만 했다.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모든 생활이 축구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목표는 골이다. 석현준은 "포르투갈은 '스트라이커=골'이라고 생각한다. 어시스트도 중요하지만 스트라이커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조건 골"이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포르투 이적이 아쉬울 수도 있다. 세투발에 있을 당시 석현준은 리그에서 9골(컵대회 포함하면 11골)을 넣는 등 득점랭킹 상위권을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포르투에서는 아직까지 리그 1골, 컵대회 1골밖에 없다. 주전 경쟁 중이기 때문. 석현준은 "득점 순위가 떨어졌지만 포르투라는 구단에 왔다는 것이 감사하다"고 했다.
아약스 친구들 그리고 대표팀
석현준에게는 꼭 이루고 싶은 꿈이 두가지 있다. 하나는 아약스 친구과의 재회다. 아약스에서 루이스 수아레스(바르셀로나) 토비 알데르베이럴트, 얀 베르통언, 크리스티안 에릭센(이상 토트넘)등과 함께 뛰었다. 석현준은 "UCL에서 뛰고 싶다. 거기서 이들과 당당히 만나고 싶다. 경기 후에는 유니폼도 교환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머지 하나는 대표팀이다. 2010년 9월 이란과의 평가전 때 A대표팀에 데뷔했다.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이후 5년간 태극마크와는 인연이 없었다. 2015년 9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다시 불렀다. 석현준 입장에서는 마지막 기회였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한국에서 봤다. 나도 저 자리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태극마크에 대한 꿈이 엄청 커졌다"고 했다. 간절함이 통했다. 9월 이후 석현준은 대표팀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꿈을 향해 달려가다가 지칠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석현준은 큰 안식처인 '신앙'에 의지한다. 자신의 오른팔에 생긴 성경 구절을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할 일이 없느니라 하시니(마가복듬 9장 23절)' 석현준은 "이 말씀을 새기면서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