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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웅 매직, 사람의 마음 얻는데서 시작됐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6-03-07 18:47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이란 책에는 350년 동안 세상을 지배한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메디치 가문은 산골 마을의 농장에서 출발해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됐다. 특히 교황을 두 명이나 배출했고 프랑스 왕실에 두 명을 시집보내는 왕실 가문이 됐다. 메디치 가문의 경영 원칙은 단순하면서도 확고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을 수 있다는 기준을 놓치지 않았다.

올 시즌 프로배구계를 강타한 '최태웅 매직'도 메디치 가문처럼 사람의 마음을 얻는데서 시작됐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40)은 선수 시절부터 후배에게 귀감이 되는 선배였다. 코트 안팎에서 롤모델이 됐다. 감독이 된 이후에도 후배들의 신뢰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인복(人福)의 좋은 예는 '베테랑 리베로' 여오현(36)이다. 여오현은 2000년부터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고 4년 선배 최 감독과 함께 삼성화재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특히 2013년 여름 현대캐피탈로 둥지를 옮기게 된 결정적인 이유도 최 감독의 영향이 컸다. 최 감독은 여오현보다 3년 빠른 2010년 여름 현대캐피탈맨이 됐다. 여오현은 "대학교 때부터 최 감독을 정말 좋아했다. 포지션은 다르지만 최 감독의 신념과 뚝심을 봐온 나는 인간적으로 존경해왔던 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현대캐피탈로 옮기게 된 이유도 최 감독의 부분이 컸다. 다시 함께 새로운 팀에서 우승해보고 싶었다. 최 감독님을 만난건 내 인생의 행운"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내일이라도 최 감독님께서 은퇴하고 코치로 전향하라고 하면 충분히 그럴 의향이 있을 정도로 최 감독님을 좋아한다"며 웃었다.

최 감독은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일군 선수들의 마음도 일찌감치 얻었다. 희비가 엇갈린 배구인생에서도 한 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최 감독은 감독이 된 이후 눈물을 쏟았다. OK저축은행전에서 자신의 경기 운영 미숙으로 패했다. 최 감독은 "배구를 시작한 이후 지난 시즌 안산에서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뭔가 해주고 싶었는데 경기장에서 내 역할을 잘 못하다보니 풀데가 없어서 화장실에서 눈물을 쏟았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에 후배들은 가슴으로 울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최 감독은 '최태웅표 스피드 배구'에 혼란스러워하던 선수들의 마음에도 안정을 가져다줬다. 선수들은 지난 1월부터 스피드 배구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캡틴' 문성민은 "감독님 말씀만 따라서 똘똘 뭉쳤다. 그러자 어느 순간 우리가 감독님이 원하는 '스피드 배구'를 하고 있더라. 우리 스스로도 놀랐다"고 회상했다.

최 감독은 음지도 돌아봤다. 구단 차량을 운행하는 두 명의 기사들도 챙겼다. 승리를 하면 보너스를 받는 선수단에 비해 선수들을 안전하게 숙소에서 경기장까지, 경기장에서 숙소까지 데려다주는 기사들은 보너스를 받지 못하는 점을 알고 사비를 털어 기사들의 휴가비를 챙겨줬다.

정규리그는 '최태웅 매직'으로 끝이 났다. 그러나 아직 마침표는 찍지 않았다. 챔피언결정전이 남았다. 이번 시즌 화려한 언변과 뚝심있는 선수 운용으로 많은 스토리를 생산해낸 최 감독은 "아직 더 보여줄 것이 남았다"며 우승 의지를 다졌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최 감독의 매력은 그 동안 프로배구에서 보지 못한 또 다른 리더십이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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