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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의 파격 나들이, 감독들은 '황의조 바라기'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6-03-07 17:01


◇전북 이재성(왼쪽)과 박주영이
7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다 미소를 짓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마!"

7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개막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장이 삽시간에 웃음바다가 됐다. '평소 소속팀 감독이 선수들에게 가장 많이 말하는 단어를 이야기 해달라'는 질문을 받은 박주영(31·FC서울)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 단어를 꺼내 들었다. '무뚝뚝의 대명사'로 통하던 박주영의 한마디에 기자회견장은 삽시간에 웃음바다가 됐다. 시종일관 박주영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최용수 FC서울 감독도 입을 틀어막은 채 폭소할 수밖에 없었다.

올들어 박주영이 달라졌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진원지는 '가상세계' 온라인이었다. 박주영은 최근 SNS 계정을 새로 열었다. 단순히 '개점'만 한게 아니었다. 팀 훈련 등 자신의 일상을 스스럼 없이 대중에게 공개했다. 최 감독, 차두리와 함께 한 일상과 재치 있는 글솜씨까지 더해졌다.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박주영은 그동안 A대표팀이나 공식 기자회견 등 '공적인' 자리 외에는 노출을 꺼리는 선수였다. 유럽 무대와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이어진 부진, 이어진 비난의 화살은 그를 움츠러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긴 침묵을 깨고 SNS 행보에 나선 박주영의 모습은 가히 '파격'이었다.

'진짜 세상'의 관심도 박주영에 쏠렸다. 미디어데이 내내 그의 입에 모두의 눈과 귀가 쏠렸다. 박주영은 "사실 주장이나 다른 선수들이 참가하길 바랐다. 다른 팀들도 딱히 주장이 나오는 건 아니라는 말들을 많이 해서 나오게 됐다"며 "선수들의 일상에 대해 팬들이 관심이 많은 만큼 (SNS 활용이) 나쁘지 않다고 본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지속적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좀 더 관심을 끌 수 있는 웃긴 태그(연관 단어)를 찾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주변에선 내가 많이 변했다고 하는데 정작 나는 잘 모르겠다"고 웃은 뒤 "훈련장이나 경기장에서 외부와 접할 기회가 자연스럽게 많아져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박주영을 움직이게 만든 힘은 '책임감'이었다. '천재'라는 수식어를 단 채 한국 축구 대표 공격수로 종횡무진 하던 모습은 색이 바랬다. 하지만 '스타 파워'는 여전히 유효하다. 최 감독은 올해 박주영에게 등번호 10번을 배정했다. 데얀, 아드리아노라는 걸출한 두 외국인 선수 사이에서 토종 공격수로 중심을 잡아주는 것 뿐만 아니라 팀 간판 선수 다운 자세를 보여달라는 바람을 담았다. 최 감독은 "박주영도 이제 팀의 구성원이다. 이런 계기(미디어데이)를 통해 본인이 팀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지 느껴야 한다"며 "예전에나 '천재'라는 수식어를 달았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나(웃음). (박주영에 대해) 팬 뿐만 아니라 팀원들의 기대도 크다. 올 시즌 박주영이 팀에서 큰 역할을 해줄 것이다. 시즌이 계속되다 보면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박주영 바라기'는 최 감독 뿐이었다. 나머지 지도자들의 눈은 '성남까치' 황의조(24)에게 향했다. 프로 데뷔 3년차였던 지난해 15골을 쏘아 올리며 성남 돌풍을 견인한 것 뿐만 아니라 슈틸리케호까지 승선했던 영광의 향수가 그대로 묻어났다.

'K리그 선수 중 한 명만 영입할 수 있다면'이란 질문에 노상래 전남 감독이 스타트를 끊었다. 노 감독은 "굳이 한 명을 영입하고자 한다면 황의조를 꼽고 싶다. 우리 팀에 오면 15~20개의 공격포인트는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손짓했다. 조덕제 수원FC 감독도 "피지컬, 슈팅력 등 좋은 요소를 갖춘 황의조를 데려오고 싶다"고 맞장구를 쳤다. 포항 지휘봉을 잡고 클래식 데뷔를 앞둔 최진철 감독 역시 "주변에서 우려하는 스트라이커 문제 해결을 위해 황의조를 데려오고 싶다"며 "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황의조와 함께 한 시간이 있다. 그래서 좋은 선수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결국 김학범 성남 감독이 진화에 나섰다. "(황)의조는 비싼 선수다. 가격이 좀 나간다. 싸게는 보내줄 수 없다." 그러면서 "나는 의조를 좀 더 빛내줄 수 있는 염기훈(수원 삼성)을 데려오고 싶다"고 제자를 진정시켰다. 하지만 곧 이어진 제자의 말에 파안대소 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지명을 받으니 기분은 좋다. 다 가고 싶은 팀들에게 지목을 받았다." 새 시즌을 앞둔 스승과 제자들의 눈은 설렘으로 가득차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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