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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런던 더비가 이제 하루도 남지 않았다. 이번 북런던 더비에 대한 관심은 상상 이상으로 높다. 그 중심에는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이 서있다.
동시에 언론들도 벵거 감독을 향한 '집중 포화'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전운은 이미 감돌고 있다. 언론들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지면에 공통된 한 장의 사진을 내걸었다. 스완지와의 경기에서 한 팬이 들고 있던 '벵거 아웃'이라는 플래카드였다. 영국 내 분위기가 벵거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사 내 제목들도 자극적이다. 데일리 미러는 '매년 아스널은 언제나 숨막힌다(same old Arsenal.. always choking)'고 뽑았다. 매 시즌 이 즈음 4위를 향해 내려가는 아스널의 전통(?)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 벵거는 영웅이 아닌 슬픈 실패자로 팀을 떠나야할 위기에 직면했다'고 썼다. 무가지인 '메트로'는 더 하다. 메트로는 현지 시각으로 4일 발행된 신문에서 '벵거 감독이 아스널을 떠나야할 6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이번 경기에서 지면 아스널을 떠나라는 노골적인 메시지였다. 더선은 티에리 앙리의 인터뷰를 실었다. 앙리는 스완지시티전을 보고 난 뒤 "아스널 팬들이 그렇게 화나 있는 모습은 처음"이라고 했다. 사실상 '더선'이 앙리의 입을 빌려 비판 기사를 작성한 셈이다. 이들외 신문 지면이나 TV보도를 보더라도 토트넘보다는 아스널, 그리고 벵거 감독에 대한 기사들이 많다. 대부분이 벵거 감독을 흔드는 기사들이다. 이 모든 것이 벵거를 향한 경고의 시그널이다. 이번 경기에서 진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언론의 메시지였다.
이런 와중에 열린 공식 기자회견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벵거 감독은 기자회견에 20여분 늦었다. 그러자 취재 기자들은 저마다 트위터를 켜고 '벵거 감독의 지각'을 꼬집었다. 뒤늦게 등장한 벵거 감독도 이같은 분위기를 잘 알고 있었다. 기자들의 날선 질문에는 신중론으로 나섰다. 그는 "이번 경기는 너무나 크고 중요하다"고 했다. 원론적인 이야기였다. 이어 주요 선수들의 부상 소식을 전했다. 페트르 체흐와 로랑 코시엘니가 부상으로 이번 경기에 못 나온다고 고백했다. 스타들의 부상 소식에 취재진들 모두 벵거 감독에 대한 관심을 접는 모습이었다. 앙리의 발언에 대해서도 "그만의 의견이 있을 뿐이다. 아마도 앙리가 모든 팬들의 표정을 보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교묘하게 논란을 피해갔다. 벵거 감독은 마지막에 "스포츠란 공평한 것이다. 더비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이런 노련미 때문일가. 5일 오후에 나온 보도에서 벵거 감독에 대한 부정적 논조의 수위가 조금 떨어졌다. 하지만 아직은 안심할 수 없다. 이제 벵거 감독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90분 경기가 시작된다. 이 경기 결과에 따라 중심에 섰던 벵거 감독의 거취도 결정된다.
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bbadag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