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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7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2015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대한민국 중고등학교 여학생의 단 7.4%가 하루 60분, 주 5일 이상 운동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8.0%보다 감소했다. 남학생(14.2%)의 절반 수준이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운동량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중학교 1학년 9.3%에서 고등학교 1학년이 되면 5.2%로 곤두박질 쳤다.
이 결과대로라면 대한민국 10대 여학생들은 건강하지 않다. 운동량은 턱없이 부족하고, 부적절한 다이어트를 수시로 시도하고, 과도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린다. 세계를 이끌 여성 리더, 건강한 자식을 출산하고 양육할 어머니로 성장할 10대 여학생들의 '건강 적신호'는 위험하다. 문체부, 교육부, 국민생활체육회 등 유관기관들이 '여학생 체육 활성화'를 위한 정책에 발벗고 나선 이유다. 대한민국 여학생들에게 체육교육, 운동습관은 '선택'이 아닌 '당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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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스포츠조선이 서울시와 경기도 초중고 10개교 228명의 여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학교체육을 좋아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91.1%가 "체육을 하면 즐겁다"고 답했다. '건강 및 체력증진'(82.3%) '운동기능 향상'(81.8%), '스트레스 해소'(66.3%) 등의 이유를 꼽았다. 운동을 하면 건강해지고 행복해진다. 땀은 '최고의 화장품'이자, '특효의 보약'이다. 국민생활체육회가 지원하는 여자축구클럽, 치어리딩 클럽, 키즈런 육상 프로그램 현장에서 만난 운동하는 여학생들의 얼굴은 너나할 것 없이 밝았다. "축구하면서 살이 빠졌다. 예뻐지고. 날씬해진다", "땀흘리고 나면 몸도 마음도 시원하다"며 웃었다.
문체부, 교육부, 국민생활체육회 등 유관기관들 역시 청소년 체육활동, 특히 여학생 체육 활성화의 필요성과 효과를 인지하고 있다. 국민생활체육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매년 청소년 및 여학생 체육 관련 예산과 참가인원이 급증하고 있다. 2013년 예산 20억2000만원, 6만2803명이 참여했던 청소년체육활동 지원사업은 2015년 78억6000만원으로 예산이 늘었고, 참여인원도 100만명으로 15배 가까이 급증했다.
2014년부터 힙합&재즈, 치어리딩, 요가, 피트니스, 플라잉디스크, 티볼, 넷볼 등 '여학생 특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지난해 5종목 850개교에서 올해는 10종목 1000개교로 확대, 적용됐다. 2011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여자어린이축구교실 역시 전국 48개 클럽으로 늘어났다. 지난 4년간 축구의 재미에 빠진 여학생들 중 약 20명이 엘리트 축구선수의 길을 택했다.
국민생활체육회가 지난 11월, 2120명의 참가자 등을 대상으로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학생 특화 프로그램'에 대한 현장의 만족도는 92.8%에 달했다. 종목별 만족도에서는 팀 스포츠의 인기가 단연 높았다. 농구(넷볼) 96%, 배구 95.7%로 절대적인 만족도를 나타냈다. 지난 4월 스포츠조선의 자체 설문 조사 결과와도 일치했다. 여학생들이 가장 해보고 싶은 체육수업도 땀 흘리며 스트레스를 날리는 축구, 농구, 배구 등 구기종목(27.2%)이었다. 댄스(18%), 몸매 가꾸기(17%)보다 오히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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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대한축구협회가 주관한 여자축구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 현장, 고려대 경영학과에 재학중인 남성 축구 팬이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학교내에서 소규모 풋살대회를 기획한 경험을 털어놨다. "교환학생으로 온 '여성팀'이 참가신청을 했습니다. 여성팀의 신청을 예상치 못해 거절했더니, 성차별적이고 폐쇄적인 사고에 대해 항의하더군요. 한방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체육시간에 남자는 축구, 여자는 피구를 합니다. 그녀의 나라에선 초등학교때부터 남녀가 볼을 함께 찬다고 합니다. 여자축구 활성화, 여자축구 저변 확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축구가 남자들의 전유물이라는 사고를 버리는 것, 인식의 전환이 아닐까요."
여자축구 이천 대교의 구단주인 강영중 국민생활체육회장 역시 지난달 이천여자어린이FC 여학생들과 마주한 자리에서 '편견'을 지적했다. 14년 동안 이천 대교 여자축구단을 운영하며 여자축구 현장을 지켜본 소회를 털어놨다. "여자어린이들이 축구를 싫어한다는 것은 분명 편견이다. 우리가 기회를 주지 못했을 뿐이다. 여기 있는 여학생들은 취미로 축구를 즐기고, 축구가 재밌다고 한다. 초등학교때는 여학생들이 체격도, 체격도 남자에게 밀리지 않는다. 초등학교 저학년 축구팀 11명 중 3~4명은 여자를 의무투입해 함께 달리게 해야 한다. "
여자들이 축구를 싫어한다는 것, 피구만 한다는 것은 편견이다. 요가, 방송댄스 등 여성에게 특화된 얌전한 운동만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초등학교 때부터의 행복한 운동습관은 중요하다. 유년기, 초등학교 때의 여성 스포츠에 대한 인식은 양성 평등과도 맞닿아 있다. 남녀가 함께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운동장에서 치고받고 달리며 자란 청소년들은 건강하다. '2차 성징'이 이뤄진 사춘기 이후 남녀 분리 체육수업, 여학생 맞춤형 프로그램도 갖춰야 한다. 궁극적으로 가야할 길은 남녀 학생이 따로든 함께든, 거침없이 뛰노는 운동장이다. 이 모든 것을 학교수업, 정규 교육과정만으로는 채울 수 없다. 학교와 지역사회, 생활체육 스포츠클럽과의 원활한 연계와 '여학생 스포츠 바우처' 제도 등 다양한 신체활동 지원 프로그램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
무엇보다 일과성이 아닌, 여학생 체육정책을 지속적으로 힘있게 밀어붙일 '백년지대계', 범정부적인 캠페인과 적극적인 의지, 지원이 필요하다. 2010년 독일체육회의 '여성들이여 승리하라' 스포츠주간 캠페인, 스코틀랜드 정부의 '핏포걸스', 호주 정부의 '액티브 걸스' 프로그램 등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딸들의 건강과 행복,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킬 '골든타임'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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