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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왕조가 탄생했다.
무엇보다도 의미있는 것은 2연패다. 최근 10년간 K리그는 춘추전국시대였다. 상위권팀들의 실력이 평준화됐다. 수도권팀과 비수도권팀이 매년 우승을 나눠가졌다. 누구 하나 치고 나가는 팀이 없었다. 전북이 춘추전국시대를 정리했다. 2014년에 이어 2년 연속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03년 성남 일화 이후 12년만에 나온 연속 우승이다.
전북 왕조 설립 바탕에는 '합리적 투자'가 있었다. 수원이나 서울, 포항, 울산 등 K리그 리딩클럽들은 최근 들어 투자를 줄였다. 좋은 선수들을 중국과 중동에 내줬다. 그럼에도 전북은 달랐다. 투자를 유지했다. 물론 중국과 중동의 '묻지마 투자'에는 흔들렸다. 하지만 필요한 선수는 데려왔다.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동시 평정이 목표였다. 올 시즌만 해도 에두와 에닝요를 데려오며 선수단에 힘을 실었다. K리그팀들 가운데 전북만이 ACL을 병행할 수 있을만한 더블 스쿼드를 구성할 수 있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루이스와 우르코 베라, 이근호를 데려오면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여기에 '최강희 감독의 리더십'이 더해졌다. 전북은 4월 12일 선두로 나섰다. 최 감독의 계획은 아니었다. 당초 최 감독은 8~9월까지 선두권을 유지한 뒤 막판에 치고 나가고 싶어했다. 하지만 경쟁팀들이 고꾸라지면서 자연스럽게 도드라졌다. 상대팀들의 견제가 시작됐다. 다들 전북만 만나면 밀집 수비로 나섰다. 해결법은 온전히 최 감독의 몫이었다. 최 감독은 선수들에게 "초조해하지 말아라. 너희들의 힘을 믿어라"고 격려했다. 위기 관리도 좋았다. 에두와 에닝요의 갑작스러운 이탈과 ACL 8강 진출 실패 등 위기에서 최 감독은 선수단을 다잡았다. 우승의 또 다른 원동력이었다.
'선수들의 헌신'역시 왕조 탄생에서 빼놓을 수 없다. 주장이자 최고참 이동국은 정신적 지주였다. 선수단과 코칭 스태프 사이 가교 역할을 제대로 했다. 선수들을 다독이면서 시즌을 치렀다. 조연의 자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시즌 초반 에두가 맹활약하자 이동국은 자신을 숙였다. 페널티킥도 에두에게 양보했다. 골욕심보다는 찬스 만들기에 매진했다. 7월 에두가 이적하자 그제서야 이동국 본인이 직접 나서 공격을 이끌었다. 이재성이나 김기희 등 멀티플레이어들은 최 감독이 원하는 자리에서 100% 제 몫을 해줬다. 모든 선수들이 각자 맡은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며 팀에 힘을 보탰다.
팬들의 성원 역시 큰 힘이었다. 전북은 올 시즌 누적관중 30만2396명을 기록했다. K리그 팀들 가운데 올해 가장 먼저 30만 관중 고지를 돌파했다. 경기당 평균 관중도 1만6799명이다. 서울에 이어 관중동원 2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3년보다 관중수가 59.1%나 증가했다. 무엇보다도 경기장 전체 분위기가 달라졌다. 경기장 전체가 전북을 응원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신흥 전북 왕조에 걸맞는 팬들이었다.
서귀포=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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