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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서정원 감독이 전하는 권창훈의 급성장 비결은?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5-09-14 07:03


권창훈(가운데). 화성=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요즘 한국축구의 '대세남'은 권창훈(21·수원)이다.

슈틸리케호의 막내인 권창훈은 동아시안컵에 이어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2, 3차전에서 맹활약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해외파 선배들과 비교해 부족함없는 기량과 젊은 패기로 축구팬을 열광시키고 미래 한국축구에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태극전사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복귀한 12일 K리그 클래식 30라운드 인천과의 홈경기서도 그는 홈팬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교체 출전 22분 짧은 시간이었지만 1대0 승리를 지키는데 든든하게 뒷받침했다.

시기적으로는 이제 태극마크를 달았기 때문에 혜성같이 등장한 스타같아 보인다. 하지만 그의 스승인 서정원 수원 감독(45)은 "갑자기 스타 탄생이 아니라 착실하게 성장한 재목이 나타난 것이다"라며 '준비된' 권창훈에 무게를 뒀다.

권창훈의 급성장 비결은 뭘까. 수원 유스팀(매탄고) 시절부터 권창훈을 지켜보고 프로팀에서 업그레이드시킨 서 감독에게 들어봤다.

업그레이드된 하드웨어

권창훈은 또래 선수들에 비해 특별한 케이스다. 수원 삼성의 유스팀 육성 시스템에 맞춰 성장한 뒤 곧바로 프로에 진출했다. 보통 대학에 진학시켜 2∼3년 더 키운 뒤 데려온다. 권창훈이 프로 직행열차를 탄 것은 재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취약점이 있었다. 연령별 대표팀을 차근차근 밟고 올라올 정도로 소프트웨어는 나무랄 데 없는 '기술자'다. 하드웨어가 부족했다. 축구판에서 말하는 피지컬이 달렸던 것이다. 서 감독은 "입단했을 때 유소년티가 날 만큼 왜소했다. '후∼' 불면 날아갈 것 같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 감독은 권창훈을 단련시켰다. "고교와 프로 축구는 천양지차다. 형님들 틈바구니에서 주눅들지 말고 싸우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누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다. 스스로 연마하라." 전화위복이다. 단점 왜소한 체격은 살아남기 위해 빠른 속도로 자신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피나는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집이 확 단단해졌다. 구단 관계자는 "가슴팍이 눈에 띄게 두꺼워졌다. 근육 무게로는 2kg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권창훈의 입단 당시 체격은 키 1m74,몸무게 66kg. 지금은 이처럼 호리호리한 권창훈이 아니다. 서 감독은 신태용 A대표팀 수석코치와 친구여서 국가대표 발굴을 위해 자연스럽게 의견을 교환했다. 지난해 12월 제주 전지훈련때 권창훈을 처음 불렀을 때 두 지도자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제주훈련 뒤 슈틸리케호에 승선하지 못했다. 2% 부족한 하드웨어때문이다. 하지만 서 감독은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신 코치의 문의가 왔을 때 "예전보다 확실히 좋아졌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슈틸리케의 4-1-4-1 실험 '물 만났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이번 2차예선 라오스, 레바논전에서 기존 4-2-3-1 대신 4-1-4-1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시도해 대성공을 거뒀다. 이들 경기가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였다는 평가도 듣는다. 공교롭게도 이들 경기에서 권창훈이 반짝 빛났다. 동아시안컵과 비교해도 부쩍 성장한 활약이었다. 서 감독은 우스개 소리로 "4-1-4-1의 원조가 바로 우리 수원이잖아요"라며 웃었다. 권창훈이 프로 경기를 처음 치를 때부터 수원 4-1-4-1 포메이션의 중심 미드필더로 적응기간을 충분히 거쳤다는 것이다. 가끔 더블 볼란치에 설 때도 있지만 4-1-4-1 전형에서 활용하는데 최적화됐다는 게 서 감독의 설명이다. 서 감독은 "피지컬이 향상되면서 공격시 와락 쓸고들어가는 파워가 좋고, 공을 정지시키지 않고 살려나가는 솜씨와 단번에 수비에 가담하는 등 축구지능이 좋은 선수"라고 말했다. 수원의 4-1-4-1에 길들여진 권창훈은 라오스, 레바논전에서 '물 만난 고기'였던 셈이다.

올바른 인성 자양분이 됐다

서 감독은 권창훈이 동아시안컵을 다녀온 뒤 면담을 했다. "가끔 절제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감이 붙은 건 좋은데 동료에게 공을 줘야 할 상황에도 과하게 치고 들어가는 모습이 보이더라. 나의 플레이가 잘 될 때 템포를 조절할 줄 아는 영리함도 필요하다." 국가대표 데뷔 무대에서 잘 하고 돌아온 제자에게 굳이 쓴소리를 한 것은 권창훈의 올바른 성품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권창훈은 라오스, 레바논전에서 서 감독의 충고에 충실한 모습이었다. 서 감독은 권창훈의 성실함에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인다. 이른바 '인간이 됐다'는 것이다. 서 감독은 "스타는 많지만 인간 됨됨이도 좋은 스타는 흔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 감독을 더욱 흡족하게 하는 것은 권창훈의 매력있는 '이중인격(?)'이다. "경기장 밖에서는 그렇게 참한 젊은이가 없다. 경기장에 들어가면 돌변해서 야무지게 싸울 줄 안다." 현역 시절 스타 플레이어 명성을 떨쳤던 서 감독은 "주변에서 띄워주고, 대우받는 생활이 확 달라지면 사람이라는 게 은연중에 우쭐해지기 쉽다. 사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고 나중에 독이 된다는 걸 후회하게 된다"면서 "권창훈이 앞으로 달라질 생활에 지금의 성품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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