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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안방 졸전'이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최근 중국 프로리그 장쑤 순톈의 50억원 제안을 뿌리쳤다. 뒤이어 여름이적시장이 열렸다. 타깃이 선수들을 향하고 있다. 동요되고 있다. 결국 이적설에 팀이 발목에 잡히면서 배는 산으로 향해 가고 있다. 서울은 포항전에서 자멸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면 앞 길은 더 험난해 질수밖에 없다.
본분을 망각한 고명진, 이적설의 진실
이어 운명의 장난이 시작됐다. 고명진과 고요한에게 동시에 영입 제의를 했다. 물론 둘 다가 아니다. 둘 중 한 명이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고, 여전히 진행형이다. 하지만 둘의 대처 방식은 극과 극이었다. 고명진에게 향한 제안은 인터넷을 통해 흘렸다. 그리고 포항전을 앞둔 10일 훈련에도 불참하며 이적을 위해 '생떼'를 썼다. 그는 이날 에이전트와 함께 훈련장이 아닌 구단 사무실을 찾아 이적을 허락해달라고 읍소했다. 반면 고요한은 협상을 에이전트에 일임한 후 묵묵히 땀을 흘렸다.
누가 됐든 떠날 때까지 현재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고명진의 형태는 프로선수로서 본분을 망각한 것이다. 당근이 아닌 채찍이 필요했다. 그러나 최용수 서울 감독은 정에 이끌렸다. 경기 전날 훈련에 불참했지만 선발 출전시켰다. 고명진은 후반 19분 교체아웃 됐다. 64분 동안 허공만 맴돌았다. 팀을 위해 헌신한 오스마르 박주영 차두리의 투혼은 이적설에 묻혀 버렸다.
변화에 둔감한 전술대처 능력
지난해 서울에 FA컵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K리그에서 모두 쓴잔을 마신 포항은 작심한듯 대대적인 변화로 서울전을 대비했다. 반면 서울은 변화에 둔감했다. 에상 가능한 베스트 11이었고, 보수적인 팀운영은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박용우 김동우 이웅희로 이어지는 스리백은 8일 성남전에서 이미 적신호가 켜졌다. 포항도 성남처럼 스피드가 떨어지는 수비라인의 뒷공간을 노리며 철저하게 농락했다. 공수 연결 고리인 중원도 '고명진 덫'에 걸리며 방향을 잃었다. 공격과 수비라인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롱볼'이 대세를 이루었다. 박주영이 이끄는 공격은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포항은 중원의 빈공간을 백분활용하며 후반 일방적인 경기 운영을 했다.
최 감독은 포항전 후 "홈 팬들 앞에서 상대에게 완벽한 패배를 당했다. 내용과 결과 모두 인정한다"며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겨운 상황에서 상대 경기 운영에 균형이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오늘 경기 운영, 선수 교체 등 내 판단 미스로 나온 결과다. 어떠한 비판도 달게 받겠다. 선수들에게 자극을 주겠다. 잘 준비해 반드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겠다"고 했다.
서울과 포항은 올스타 브레이크 후인 22일 FA컵 8강전에서 재격돌한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서울에 대한) 대응 방법은 많다.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다. 이미 정리는 마쳤다고 본다"며 미소를 지었다. 서울의 굴욕이었다.
결국 서울은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 비정상적인 흐름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변신에 실패하며 올 가을은 어느 해보다 혹독할 것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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