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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두고 어디 가. 전쟁 해야지." 최용수 감독(44)이 중국 프로리그 장쑤 순톈의 '50억원 제안'을 거절하고 FC서울 잔류를 확정하자 황선홍 포항 감독(47)이 내뱉은 뼈있는 농이었다.
K리그의 경우 1승2무1패로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리그 최종전에서 두 팀의 희비는 또 엇갈렸다. 거짓말같은 기적이었다. 서울과 포항은 0.5장의 ACL 진출 티켓을 놓고 최후의 무대에 섰다. 포항은 비기기만해도 되는 상황이었다. 서울의 가능성은 1%도 안됐다. 경우의 수는 단 하나였다. 포항이 안방에서 수원에 패해야 하고, 서울이 원정에서 제주를 제압해야 하는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수원은 포항 원정에서 10년 동안 단 1승도 없었다. 2004년 12월 18일 이후 15경기 연속 무승(6무9패)으로 절대 열세였다. 후반 막판 두 팀을 또 갈라놓았다. 수원이 포항, 서울은 제주에 역전승했다. 결국 서울이 3위를 차지하며 ACL 티켓을 거머쥐었다. 포항은 4위로 떨어지며 ACL 진출에 실패했다.
3월 22일, 올 시즌 첫 대결에선 포항이 안방에서 2대1로 승리했다. 그러나 서곡에 불과하다. 최 감독은 지난해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고, 황 감독은 두 번의 실패는 없다며 벼르고 있다.
최 감독은 "절대 이기기 위한 승부의 세계지만 (황 감독이)나를 너무 의식하고 있다. 닭잡는데 소잡는 칼을 안 쓰셨으면 좋겠다"며 자존심을 긁은 후 "나 보다는 더 큰 것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나도 지고는 못살고, 질 이유도 없다. 우리 홈인만큼 급한 쪽은 포항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시즌 초반 원정에 가서 졌다. 되갚아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 감독도 승부욕에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지난해의 아픔을 기필코 되갚아주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그라운드는 전장이다. 환희가 있으면, 눈물도 있다. '독수리'와 '황새', 올 해도 한 명은 울어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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