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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와 황새의 '얄궂은 운명', 또 다시 '죽음의 2연전'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5-07-10 09:27



"날 두고 어디 가. 전쟁 해야지." 최용수 감독(44)이 중국 프로리그 장쑤 순톈의 '50억원 제안'을 거절하고 FC서울 잔류를 확정하자 황선홍 포항 감독(47)이 내뱉은 뼈있는 농이었다.

'독수리' 최용수, '황새' 황선홍, 질긴 악연이다. 지난해의 얄궂은 운명이 올해 또 다시 재연됐다. '죽음의 2연전'이다. 11일 첫 발걸음을 뗀다.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에서 충돌한다. 올스타 브레이크 후인 22일 다시 만난다. FA컵 8강전이다. 2연전의 무대는 모두 서울월드컵경기장이다. 최 감독은 "올 시즌 가장 중요한 2연전이다. 상대가 황선홍 감독이다. 피할 수도 없고, 피하고 싶지도 않다"고 밝혔다. 황 감독도 두 말 할 것도 없다. 그는 올 시즌 개막 전 이미 선전포고를 했다. "머릿속에 FC서울 밖에 없다. 총력전을 해서 반드시 승리하겠다."

그도 그럴것이 '독수리'와 '황새'는 지난해 지겨울 정도로 만나고 또 만났다. K리그는 기본이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 1, 2차전과 FA컵 16강전에서 충돌이 성사됐다. 황 감독은 조연이었다. 최 감독이 독식했다. FA컵 16강전에선 120분 연장 혈투 끝에 2대2로 비긴 후 서울은 승부차기에서 4-2로 웃었다. 8월 20일과 8월 27일, ACL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8강 1차전도 0대0, 2차전도 연장 승부까지 이어졌지만 0대0이었다. 또 승부차기였다. 서울은 유상훈의 신들린 선방을 앞세워 3대0으로 승리했다. 결국 포항은 서울에 덜미를 잡혀 FA컵에 이어 ACL에서도 탈락했다.

K리그의 경우 1승2무1패로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리그 최종전에서 두 팀의 희비는 또 엇갈렸다. 거짓말같은 기적이었다. 서울과 포항은 0.5장의 ACL 진출 티켓을 놓고 최후의 무대에 섰다. 포항은 비기기만해도 되는 상황이었다. 서울의 가능성은 1%도 안됐다. 경우의 수는 단 하나였다. 포항이 안방에서 수원에 패해야 하고, 서울이 원정에서 제주를 제압해야 하는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수원은 포항 원정에서 10년 동안 단 1승도 없었다. 2004년 12월 18일 이후 15경기 연속 무승(6무9패)으로 절대 열세였다. 후반 막판 두 팀을 또 갈라놓았다. 수원이 포항, 서울은 제주에 역전승했다. 결국 서울이 3위를 차지하며 ACL 티켓을 거머쥐었다. 포항은 4위로 떨어지며 ACL 진출에 실패했다.

3월 22일, 올 시즌 첫 대결에선 포항이 안방에서 2대1로 승리했다. 그러나 서곡에 불과하다. 최 감독은 지난해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고, 황 감독은 두 번의 실패는 없다며 벼르고 있다.

최근 흐름에서도 양보할 수 없는 일전이다. 포항은 2연패의 늪에 빠지며 최근 2경기 연속 무승부를 기록 중인 서울에 3위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승점 차는 2점에 불과하다. 사정권이다. 3위 서울의 승점은 32점, 6위 포항은 30점이다. 눈을 돌릴 곳도 없다. 22라운드 후에는 올스타 휴식기라 총력전 뿐이다.

최 감독은 "절대 이기기 위한 승부의 세계지만 (황 감독이)나를 너무 의식하고 있다. 닭잡는데 소잡는 칼을 안 쓰셨으면 좋겠다"며 자존심을 긁은 후 "나 보다는 더 큰 것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나도 지고는 못살고, 질 이유도 없다. 우리 홈인만큼 급한 쪽은 포항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시즌 초반 원정에 가서 졌다. 되갚아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 감독도 승부욕에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지난해의 아픔을 기필코 되갚아주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그라운드는 전장이다. 환희가 있으면, 눈물도 있다. '독수리'와 '황새', 올 해도 한 명은 울어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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