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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고난 끝내려면, 윤정환 감독이 더 영리해져야 한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5-07-06 17:17 | 최종수정 2015-07-07 07:18



슬럼프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았다.

3월의 환희는 반짝이었다. 울산 현대는 깊은 늪에 빠져있다. 4월 패배와 같은 무승부가 줄을 이었고, 5월부터는 패배가 늘어나고 있다. 울산은 5일 전남 원정에서 1대2로 패하면서 시즌 두 번째 3연패를 당했다. 6일 현재 K리그 클래식 10위에 처져있다.

사령탑 교체 효과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자 온갖 억측이 난무했다. 감독과 선수들의 불화설이 떠돌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울산 내부 관계자들은 "불화는 없다"고 주장한다. 윤 감독도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최근 성적이 부진하다보니 온갖 억측과 루머가 나돌고 있다. 속상하다. 사실이 아닌데 사실처럼 그렇게 흐르면 더 힘들어진다. 우리는 난관을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윤 감독은 일본 J리그 사간도스를 이끌 당시에도 슬럼프를 경험했었다. 2011년 J리그로 승격한 뒤 2013시즌 개막 이후 26경기에서 5승6무15패로 부진했다. 그러나 8월 중순부터 슬럼프에서 탈출했다. 윤 감독은 "당시 가장 중요했던 건 팀 내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었다. 선수 보강으로 분위기 반전을 이룰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울산의 분위기는 처져 있다. 그러나 승리로 분위기를 전환시키려는 선수들의 의욕은 넘친다. 단, 상대 분석과 훈련으로 준비했던 것이 그라운드에서 구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답답함을 가중시키고 있는 부분이다. 윤 감독이 더 영리해져야 하는 이유다.

윤 감독은 올 시즌 '트윈타워' 양동현과 김신욱의 제공권을 이용한 플레이로 상대와 맞서고 있다. 사간도스 시절에도 포스트 플레이를 기본 전술로 사용했던 윤 감독이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윤 감독이 생각을 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일본에선 통했던 전술이 왜 한국에선 통하지 않을까'란 의문을 품어야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울산만의 독특한 색깔이 상대 팀에 제대로 간파당했다는 것이다. 울산은 이미 2009년 김신욱이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전환됐을 때부터 포스트 플레이를 펼쳐왔다. 당시 울산을 이끌었던 김호곤 전 감독은 2012년 탈아시아급 제공력을 갖춘 김신욱을 활용,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정상도 밟았다. 그러나 포스트 플레이는 김 전 감독이 원했던 전술이 아니었다. 김 전 감독은 짧은 패스로 상대 조직력을 무너뜨리는 아기자기한 축구를 구현해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선수 구성상 이상을 과감히 버리고 현실을 택했다. 김신욱의 높이를 활용해 '이기는 축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김신욱 없이는 울산도 없었다.

그러나 이제 모든 팀들이 김신욱을 대비한다. 5일 전남전에서도 노상래 감독은 김신욱 봉쇄를 철저하게 대비했다. 중앙 수비수 임종은(1m92)과 이지남(1m83)의 협력 수비로 김신욱의 제공권 장악을 막아냈다. 플랜 B가 필요했던 윤 감독이다. 그러나 울산 선수들은 계속해서 김신욱의 머리를 보고 롱볼 플레이를 펼쳤다. 김신욱이 힘든 몸 싸움을 이겨낸 뒤 헤딩을 따낸 뒤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김태환 서용덕 제파로프 등 공격수들의 쇄도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리바운드를 전남에 빼앗긴 울산은 공수전환 속도가 늦어 두 차례 역습에 골을 얻어맞고 말았다. 사령탑 지략대결에서 노 감독에게 판정패한 윤 감독이었다.

움직임의 효율성도 떨어졌다. 이날 울산은 볼점유율에서 전반(51%)과 후반(57%)을 모두 앞섰다. 그러나 비효율적인 움직임만 보였다. 백패스의 횟수가 잦았고, 상대 수비진을 파괴하려는 움직임이 부족했다. 패스는 잘 돌아가지만, 상대를 위협하거나 임팩트있는 킬패스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윤 감독은 이런 세밀함을 좀 더 챙겨야 한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은 정작 선수지만, 그 무대를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해주는 것은 감독의 몫이기 때문이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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