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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폭죽' 동해안 더비, 누구도 웃지 못했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5-05-25 16:48 | 최종수정 2015-05-26 07:13


◇울산 양동현(왼쪽)과 포항 김태수가 25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에서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외나무 다리 승부였다.

동해안 라이벌은 물러설 곳이 없었다. 3월 한 달간 무패를 달렸던 울산은 7경기 연속 무승(4무3패) 부진 속에 속절없이 추락했다. '패스축구'로 한국 축구를 호령했던 포항도 4경기 연속 무승(2무2패)으로 표류했다. 25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 149번째 '동해안 더비'는 생존을 건 사투였다.

트윈타워와 김승대, 그리고 승부수

울산은 '트윈타워'의 추억을 떠올렸다. 지난 3월 15일 포항전에서 4대2 대승을 합작한 김신욱 양동현이 모두 선발로 나섰다. 윤정환 울산 감독은 "당시 좋았던 부분을 살리고자 하는 생각도 있지만, 빨리 승부를 내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김승규가 경고누적으로 빠진 골키퍼 자리는 올림픽대표 출신 송유걸에게 맡겼다. 윤 감독은 "상황이 어떻게 바뀔 지 모르기 때문에 (백업 골키퍼는) 항상 대비를 해놓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포항은 김승대가 '부상 투혼'을 발휘했다. 김승대는 지난 9일 팀 훈련 중 오른손등 실금 부상을 해 그간 재활에 매진해왔다. 황 감독은 김승대를 비롯해 티아고 문창진 심동운 등 빠른 발을 갖춘 공격수들을 전면에 포진시킨 '제로톱'으로 울산전에 임했다. 김승대는 "안방에서 치른 울산전에서 패해 분한 마음이 컸다. 동해안 더비라서 더욱 출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100% 컨디션은 아니지만, 지금 쉴 때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출전 배경을 밝혔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본인이 직접 찾아왔다. 의지가 워낙 컸다. 잘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실수 또 실수, 숯덩이 된 양팀 벤치

울산이 먼저 웃었다. 포항의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전반 10분 어렵사리 볼을 빼앗아낸 김태수 심동운의 늦은 볼처리를 양동현이 그대로 낚아채 왼발골로 연결했다. 하지만 4분 뒤 포항은 송유걸이 전진패스를 막기 위해 뛰어나오다 되돌아 들어가는 틈을 놓치지 않고 티아고가 왼발골을 성공시켜 균형을 맞췄다. 그런데 실수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전반 32분 제파로프의 코너킥을 막기 위해 점프하던 김원일 김광석이 겹친 틈을 타 양동현이 헤딩골로 다시 골망을 갈랐다. 포항은 후반 7분 아크 정면에서 수비수 3명이 머뭇거리는 틈을 놓치지 않고 오른발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양팀 감독은 실점 때마다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결과는 2대2, 누구도 웃지 못했다.

포항의 아쉬움이 클 법했다. 두 차례 실수로 스스로 어려운 상항을 만들었다. 두 번째 동점골 뒤 흐름을 완전히 가져오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패스 속도를 높이면서 울산 수비라인을 허물었지만, 카운터 상황에서 빌드업 속도가 점점 늦어지며 결국 밋밋한 흐름에 그쳤다. 울산은 김신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이날 김신욱이 제공권 장악에서 포항 수비진을 압도했음에도 양동현에 더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후반 27분 김신욱이 카사에게 바통을 넘겼고, 울산은 수비적인 전술로 돌아갔다. 단순한 전략에 그친 게 아쉬웠다.


누구도 웃지 못한 승부, 반전은 언제쯤

울산은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치며 무승이 8경기(5무3패)로 늘어났다. 3연패 사슬을 끊고 8위에서 5위로 도약한 게 그나마 소득이었다. 역전극에 마침표를 찍지 못한 포항도 마찬가지다. 승점 16이 되면서 4위 자리를 지켰으나 울산과 격차를 벌리지 못하면서 외줄타기를 이어가게 됐다. 무승 행진도 5경기(3무2패)로 늘어났다.

윤 감독은 "변화된 모습은 보였지만, 훈련으로 준비했던 부분에서 집중력 부족으로 어이없게 실점을 한 게 아쉽다"며 "상대를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 했다. 훈련을 계속 하고 있음에도 이런 부분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하고자 하는 의욕이 부족하다. 최근 몇 경기에서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질타했다. 황 감독은 좀 더 날을 세웠다. "(실점 장면은) 바보 같은 실수였다. 경기 자체를 스스로 어렵게 만들었다. 나도 답답하다. 좀 더 냉정하고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땅만 바라보고 있을 처지는 아니었다. 윤 감독은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점점 변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반전을 다짐했다. 황 감독은 "선두권 경쟁은 이제부터다. 6월 A매치 휴식기 전 3경기 동안 반드시 흐름을 바꿀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울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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