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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분 만에 세상이 바뀌었다.
K리그에 집중하고 있는 포항은 반전의 계기도 마련했다. 15일 홈개막전에서 울산에 2대4로 완패한 아픔도 훌훌 날려버렸다. 2승1패를 기록했다. 서울은 또 다시 무기력한 경기 끝에 3연패를 당했다. '슬로스타터'의 오명은 유효했다. 두 사령탑의 지략대결이 명암이었다. 황 감독의 '히든카드'는 김승대였고, 최 감독은 알고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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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감독의 카드가 적중했다. 김승대는 홀로 두 골을 터트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전반 31분 빈공간을 뚫은 후 서울 골키퍼 유상훈과의 1대1 찬스에서 선제골을 터트린 그는 후반 11분에는 황지수의 스루패스를 잡아 다시 한번 유상훈을 농락했다. 황 감독은 "승대는 2선 침투에 강점이 있고, 서울이 여기에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훈련량이 부족하더라도 투입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본인의 의지도 강했다. 그것이 주효했다. 승대가 물꼬가 터져서 앞으로도 더 좋은 활약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최 감독은 "돌아나가는 김승대를 잡지 못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황 감독은 경기 전 "(김)현성이의 선발은 예상했는데 (윤)일록이와 (차)두리가 빠진 것은 생소하다. 멤버보다 포항과 서울의 경기다. 90분 경기에서 판가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90분 동안 포항은 있고, 서울은 없었다.
최용수 감독 '박주영이 약될까'
18일 웨스턴 시드니(호주)와 ACL 조별리그 3차전(0대0 무)을 치른 최 감독은 진용에 변화를 줬다. 차두리와 윤일록 등을 원정명단에서 제외시켰다. 김진규는 벤치에서 대기했다. 중앙수비에 김동우가 가세했고, 차두리의 자리에는 고광민이 투입됐다. 이상협과 김민혁도 선발 진용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순진한 승부수였다. 신인 김민혁은 울산과의 개막전(0대2 패)에서 한 차례 실험했지만 힘에서 밀리면서 특별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포항도 강력한 압박을 앞세운 '힘의 축구'를 구사하는 팀이다. 최 감독은 경기 전 "우리가 호락호락 물러날 것 같냐"며 반문한 후 "팬들의 기대가 있다. 많이 뛰고 싸울 수 있는 선수를 내보냈다. 상대의 힘에 영리하게 풀어나갈 계획"이라며 "민혁이는 준비가 잘돼 있다. 창의적인 플레이를 펼치고 능력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상대의 파워에 창의적인 플레이는 등장하지 못했다. 김민혁은 후반 5분 윤주태와 교체됐다. 공격과 수비를 오간 오른쪽의 고광민과 고요한도 팀 플레이에 녹아들지 못했다. 고명진 시프트는 외로웠다. 후반 14분 몰리나가 투입되면서 활로를 찾는 듯 했지만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후반 32분 몰리나의 코너킥은 오스마르의 머리를 거쳐 김현성에게 걸렸다. 김현성이 몸을 날려 헤딩으로 응수했지만 골대를 맞고 그대로 아웃됐다. 후반 41분 몰리나의 어시스트를 윤주태가 만회골을 터트렸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최 감독은 "상대 2선 지역의 강력한 압박의 힘에 밀리면서 공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시즌 초반 3연패는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승리에 대한 의지와 과정에서 작은 느슨함이 없지 않아 있다. 심각한 위기라는 의식을 가질 것이다. 선수들이 지난 3경기는 잊고 다시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을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은 암울하다. 현재로선 박주영의 복귀만을 바라야 하는 상황이다. 최 감독은 "주영이는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다. 생각의 안정도 찾았다. 2주간 준비기간 동안 연습경기를 통해 손발을 맞출 생각이다. 경기장에서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분명 다른 부분을 갖고 있다"며 기대했다.
박주영은 A매치 휴식기가 끝난 후 벌어지는 다음달 4일 제주와의 홈경기에서 첫 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주영의 출격이 서울의 '위기탈출 마지노선'이다.
포항=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