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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제주월드컵경기장, 서울의 '5분 기적 드라마'가 연출됐다. 서울 서포터스석에는 수원 응원가 '나의 사랑 나의 수원'이 울려퍼졌다. '오오오오 사랑한다. 나의 사랑 나의 수원. 오오오오 좋아한다. 오직 너만을 사랑해~.' 귀를 의심케 했지만 현실이었다.
오후 2시, 포항과 제주에서 나란히 희슬이 울렸다. 제주는 서울 징크스를 끊기 위해 '타도 서울!'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심리, 육체적으로 모든 면에서 최악의 상황이다. 하지만 선수들을 믿고, 활기차고 역동적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ACL은 끝까지 포기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내려놓고 기다릴 것이다. 우리 힘과 실력으로 이기고 하늘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낮은 확률에 표정은 무거웠다.
반면 "홀가분해지기 위해서는 올해가 가기 전에 징크스를 꼭 끊고가야 한다"는 박경훈 제주 감독의 말이 더 크게 들렸다. 제주의 집중력이 더 매서웠다. 전반 19분 황일수가 선제골을 터트렸다. 포항에서는 전반까지 여전히 '0'의 행진이 이어졌다. 그리고 포항이 먼저 침묵을 깼다. 후반 3분 김광석이 골문을 열었다. 서울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는 듯 보였다.
제주는 3~4차례의 완벽한 기회를 잡으며 서울을 더 세차게 몰아쳤다. 그러나 찬스를 살리지 못하면서 '묘한 기운'이 서울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후반 24분 윤일록의 동점골이 터졌다. 그러나 동점으로는 부족했다. 포항이 1-0으로 앞서고 있었다.
기적을 향한 서곡이었다. 수원이 드디어 적막을 깼다. 후반 34분 산토스가 '득점왕 동점골'을 터트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5분 뒤에는 차두리(서울)가 아끼는 후배 정대세가 역전골을 작렬시켰다.
그 사이 수비수 이 용이 거친 플레이로 레드카드를 받으며 제주는 수적 열세에 내몰렸다. 수원의 역전 소식은 서울의 벤치에도 전해졌고, 최 감독은 검지를 세웠다. 약속인 듯했다. 선수들도 한 골이 필요하다며 눈빛을 빛냈다. 서울의 파상공세가 더 불을 뿜었다. 몰리나가 잇따라 크로스를 올렸다. 하지만 골과는 거리가 멀었다. 수원의 역전에도 제주를 꺾지 못한다면 서울로서는 더 큰 치욕이었다.
5분이 흘렀다. "축구에는 많은 기적이 일어난다. 하늘이 우리를 버릴 것인지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기적이 일어났다. 후반 44분 오스마르가 제주의 골망을 가르며 대역전에 성공했다. 제주는 동점골을 위해 사투를 벌였지만 끝내 동점에 실패했고, 포항도 마찬가지였다.
포항에서 종료 휘슬이 먼저 울렸다. 1분 뒤 제주도 막을 내렸다. 수원이 포항을 2대1, 서울은 제주를 2대1로 물리쳤다. 두 경기 모두 역전승이었다. 서울이 3위로 올라서며 마지막 남은 0.5장의 ACL 티켓을 거머쥐었다. 포항과 나란히 승점 58점을 기록했지만, 골득실에서 앞섰다. 서울이 +14, 포항이 +11이었다.
승부의 세계, 갱은 없다. 믿기지 않는 '5분의 기적 드라마', 주연은 서울이었고, 조연은 수원이었다. 2014년 K-리그 클래식은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드라마였다.
서귀포=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