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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로테이션 가동 5골 폭발, 최용수 감독의 뒷이야기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8-18 06:44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K리그 클래식 2014 21라운드 경기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서울 최용수 감독이 전반 김치우의 팀 세번째골이 터지자 환호하고 있다.
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8.16/

늘 데얀이 있었고, 하대성이 있었다.

2011년 4월 26일 FC서울 지휘봉을 잡은 최용수 서울 감독, 로테이션은 두려운 시스템이었다. "욕심많은 내가 변화를 준다는 건 쉽지 않았다. 흐름에 혼란을 줄 수도 있었다." 최 감독은 어느덧 4년차 프로 감독이다. 올시즌 데얀도 떠났고, 하대성도 떠났다.

힘겨운 출발이었다. K-리그 클래식에선 한때 12개팀 가운데 11위로 떨어졌다. 그나마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와 FA컵에서 순항했다. 8월 일정은 숨이 턱 막혔다. 클래식 6경기, ACL 2경기, FA컵 1경기, 무려 9경기를 치러야 하는 살인적인 일정이었다. 현실이 야속했다. 그러나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수확의 달'이었다.

"4년 만에 처음이다." 최 감독이 정규리그에서 16일 첫 대규모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차두리 고명진 에벨톤 김주영을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휴식을 줬다. 이웅희와 몰리나, 에스쿠데로는 벤치에서 대기했다. 수문장도 바뀌었다. 지난달 5일 전남전(2대2 무)에서 부상한 김용대가 복귀했다. 무려 7~8명이 바뀌었다. 부상으로 돌아온 선수, 출전 기회가 적었던 '음지'의 선수들이 기회를 잡았다.

도박같은 하루였다. 최 감독도 반신반의했다. 결말은 '대박'이었다. 무려 5골을 폭발하며 인천을 5대1로 물리쳤다. 서울이 정규리그에서 5골이상 기록한 것은 2012년 7월 21일 부산전 6대0 대승 이후 2년여 만이다. 최 감독도 놀랐다. 그는 전반 세 번째 골이 들어가자 그제서야 이겼다는 확신으로 '점프 세리머니'로 환호했다.

그라운드에는 양지와 음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주전과 비주전의 꼬리표도 무늬에 불과했다. 첫 로테이션, 그 뒷 이야기는 더 감동적이었다.

왜 로테이션일까

서울은 6일 안방에서 울산에 0대1로 패했다. 홈 3연승의 상승세가 무너졌다. 더 아팠다. 그룹A의 생존라인인 6위 집입에 실패했다. 환희보다 눈물이 많았던 부산 원정길에 올랐다. 정규리그와 FA컵 8강전, 2연전이었다. 13일 FA컵에선 120분간 연장 혈투를 치렀다. 다행히 반전에 성공했다. 2대0, 2대1로 승리했다. 인천전은 징검다리였다. 20일에는 원정에서 포항과 ACL 8강 1차전이 기다리고 있다.


ACL 정상이 서울의 우선순위다. 포항전에 대비한 로테이션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칼을 꺼내들었다. 수비의 한 축을 담당한 김남춘은 정규리그 첫 선발 출전이었다. 김용대는 물론 근육이 부분 파열된 고요한도 복귀전이었다. 이상협 고광민 최현태 박희성 등은 엄밀히 말해 주전이 아니다. 김치우는 FA컵에서 결장했고, 윤일록은 슬럼프였다. 그들이 대형 사고를 쳤다.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K리그 클래식 2014 21라운드 경기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후반 서울 이상협이 팀의 다섯번째골을 터뜨린 후 기뻐하고 있다.
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8.16/
3-5-2의 변칙 그리고 압박

"상훈이의 급성장에 용대도 자극을 받을 것이다." 당초 주축 수문장으로 성장한 유상훈을 엔트리에서 제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넘버 1이었던 김용대를 위해 벤치에 대기시켰다. "요한이는 근성도 있고 뛰어난 선수다", "일록이는 직선(스트레이트) 파마를 했더라(웃음). 잘못된 부분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말의 홍수였다. 로테이션의 열쇠는 자극과 경쟁이었다. "출근길이 흐뭇했다. 그동안 내 자신에게 의심이 있었다. 하지만 선수들의 발전이 눈에 보인다. 우리 팀은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크지 않다. 오늘 경기에서는 평소 그 이상으로 전투력을 발휘할 것이다."

3-4-3이 약속된 전술이었다. 경기 직전 생각을 바꾸었다. 3-5-2였다. 박희성과 윤일록이 투톱에 섰고, 고요한을 중앙으로 전진배치했다. 체력적으로 '신선한' 선수들이었다. 인천의 거친 플레이에 대비, 더 적극적으로 압박했다. '모아니면 도'가 아닌 새로운 탈출구였다. 선수들은 자신감에 충만해 있었다. 쉴새없이 골망이 출렁였다. 윤일록→고요한→김치우에 이어 후반 교체출전한 몰리나의 소나기골이 터졌다. 대미는 이상협이 장식하며 5골의 마침표를 찍었다.

안도와 미래, 선택의 폭

상암벌에는 2만4027명이 운집했다. 골 소나기에 팬들의 함성은 행복으로 가득했다. 믿기지 않은 스코어였다. 최 감독은 "상대는 3연승의 좋은 분위기였다. 우린 힘든 원정에서 힘들게 결과를 가져왔다.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부산 2연승의 분위기를 모두가 나누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선수, 출전 횟수가 적은 선수들이 놀라운 경기력을 발휘했다"며 "부산에서 올라온 다음 날 선수들의 눈빛부터 달랐다. 기다림의 시간, 출전을 갈망하는 좋은 분위기였다. 주전과 비주전 격차가 크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팀의 미래를 봤을 때 긍정적"이라고 말한 후 미소를 지었다.

로테이션은 달콤했다. 선택의 폭은 더 넓어졌다. 그는 "정해진 주전은 없다. 결속력이 대단해졌다.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강팀으로 가는 좋은 조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젠 포항전이다. 포항과의 8강 2차전은 27일 열린다. "5골이란 스코어는 어제의 기쁨으로 충분했다. ACL 180분에 우리의 운명이 걸렸다. 우선 순위는 ACL이다. 지난해 준우승의 한을 반드시 풀어야 한다. 우린 분명한 목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감독은 지도자로 또 다른 눈을 뜬 날이었다. 로테이션은 더 이상 공포가 아니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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