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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로 뭉친 제주, 서울 징크스 넘을까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4-07-19 08:18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지난해 5월26일이었다.

서울을 상대로 한번도 이기지 못했던 제주가 전쟁을 선포했다. 이른바 '탐라대첩'이었다. 모든 마케팅이 '전투'라는 컨셉트 안에서 진행됐다. 제주월드컵경기장 앞에 전차와 미사일 등이 배치됐다. 찾아온 관중에게 건빵을 나눠줬고, 모형총으로 사격대회도 개최했다. 현역 군인들이 즐기는 음료 맛스타와 파운드 케이크, 각종 비빔밥 등 다양한 전투식량을 현장에서 판매했다. 제주방어사령부의 협조로 군용 물품 전시회도 열었다. 방점은 박경훈 제주 감독이 찍었다. 박 감독은 지휘봉을 잡고 군복을 입었다. 별 3개의 군복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타난 박 감독은 "전쟁을 치른다는 각오로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제주가 기획한 '탐라대첩'은 K-리그 30년사에서 가장 독특하고, 재밌었던 이벤트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이번에도 서울전이다. 그 동안 제주는 서울만 만나면 유독 힘든 경기를 펼쳤다. 2008년 8월 27일 이후 서울전 18경기 연속 무승(6무 12패)에 시달리고 있다. 박 감독 역시 2010년 부임 이후 서울 상대로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제주가 승리 기원을 위한 두번째 이벤트를 기획했다. 고민이 많았다. 지난해 워낙 호응이 좋았기 때문이다. 제주 프런트는 올시즌 제주 축구가 '오케스트라 축구'를 표방한만큼 오케스트라를 초빙할 계획을 세웠다. 박 감독에게 지휘자 복장을 입힐 생각도 했다. 하지만 비용 문제로 무산됐다. 이번 컨셉트는 '의리'다. 최근 가장 뜨거운 키워드다. 수만가지의 패러디가 양산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도 많은 이슈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영감을 얻었다. 의리 열풍을 가속화시킨 비락식혜를 만든 팔도가 제주의 후원사인 점도 고려됐다.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서울전은 반드시 이기으리'라는 카피 아래 각종 이벤트를 만들었다.

'제주와의 의리를 지킨다!'는 기획 아래, 제주에 사랑을 보내준 관중들에게 감사 표현으로 2006년부터 2013년 연간회원권 중 하나라도 소지한 팬들을 서울전에 한하여 무료 입장 시키기로 했다. 이른바 '의리의상'으로 불리는 가죽 의류를 입은 관중도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 관중 참여 이벤트도 다양하다. 제주 '의리' 사진 콘테스트를 펼치며, '최고의 프으리킥'을 보여준 관중에게 다양한 상품을 전달한다. '승리의 맥주 빨리 마시으리'도 기획했다. 제주만의 이벤트로 자리잡은 다양한 먹거리 제공도 계속된다. 식혜와 라면, 피자를 제공하고 곳곳에서 돼지와 말고기 바비큐도 할 계획이다. 당초 제주는 '의리의 아이콘'인 배우 김보성을 초청할 계획이었지만, 마지막에 스케줄 문제로 무산됐다는 후문이다.

이번에도 '의리 이벤트'의 하이라이트는 박 감독이다. 그는 선글라스와 가죽 점퍼를 입고 그라운드에 나서 팬들에게 인사할 계획이다. 이미 이 의상을 입고 홍보용 사진도 찍었다. 박 감독은 "오랜만에 가죽 점퍼를 입으니까 옛날로 돌아간 것 같더라. 처음에는 머쓱했는데 재밌는 경험이었다"며 웃었다. 그는 "지난해 군복 사진이 너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켜서 부담도 됐다"며 "구단 직원들이 컨셉트가 의리라며 옷을 입히더라. 팬들이 즐겁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했다.

제주팬들에게 서울과의 홈경기는 축구 외에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제주의 색다른 시도가 이번에는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결과는 19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공개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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