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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본 홍명보 감독의 382일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4-07-11 07:27


홍명보 감독이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홍 감독은 1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다목적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감독직 사퇴를 발표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홍 감독.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7.10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382일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2013년 6월24일 최강희 감독의 후임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보여준 최악의 경기력, 국내파와 해외파간의 갈등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로 홍 감독이 지목됐다. 홍 감독은 취임기자회견에서 '한국형 축구'와 슬로건 '원 팀, 원 스피릿, 원 골'을 공개하며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시작부터 암초였다. 기성용이 알려지지 않은 SNS 계정을 통해 최 감독을 비난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대한축구협회는 기성용에 '엄중경고' 조치를 내렸고, 홍 감독은 기자회견을 통해 기성용을 문책하며 논란을 잠재웠다. 국내파 위주로 나선 첫 무대 동아시안컵에서는 패싱게임과 안정된 경기력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계속된 무득점과 무승행진으로 경기력 논란을 겪기도 했다. 해법은 유럽파였다. 2013년 9월 아이티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처음으로 유럽파를 불러들인 홍 감독은 4대1 대승을 거두며 골과 승리가뭄을 해소했다. 10월 최강 브라질전(0대2 패)에서 선전한데 이어 10월 말리(3대1 승), 11월 스위스(2대1 승) 등 만만치 않은 팀들을 격파하며 경기력이 본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 무렵 "최종 명단 70~80%를 확정했다"는 홍 감독은 마지막 옥석을 가리기 위해 2014년 1월 국내파와 J-리거 위주로 미국-브라질 전지훈련에 나섰다. 하지만 성적은 1승2패로 좋지 않았다. 홍 감독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멕시코전 0대4 대패가 유럽파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졌다"고 털어놨다.

미국전지훈련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던 '영원한 캡틴' 박지성의 복귀설이 들끓기 시작했다. 홍 감독이 가능성을 타진했다. 2월 유럽 출장 당시 박지성을 만난 홍 감독은 귀국 후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는 없다"고 선언했다. 박지성 문제가 해결되자 이번에는 박주영으로 시끄러워졌다. 홍 감독은 왓포드로 임대를 떠난 박주영을 3월 그리스전에 전격발탁했다. 원칙을 깼다는 비난이 일어난 것도 이때부터였다. 하지만 박주영은 보란 듯이 선제골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월드컵 엔트리 발표를 한달여 남긴 4월, 해외파가 부상으로 신음했다. 박주영을 시작으로 박주호 기성용이 조기 귀국했다. 특히 박주영은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재활 훈련을 했고, '황제 훈련 논란'으로 이어졌다. 박주영은 이례적으로 인터뷰에 나서 자신의 상태를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5월8일 대망의 브라질월드컵 최종엔트리가 발표됐다. '의리' 논란이 쏟아졌다. 이명주 차두리 등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제외되고, 런던올림픽을 함께 한 선수들이 대거 발탁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였다. 홍 감독은 "원칙을 깬 것이 맞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다.

5월 튀니지와의 국내 최종 평가전(0대1 패)과 6월 가나와의 마지막 평가전(0대4)에서 완패한 홍명보호는 러시아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1대1 무승부를 거두며 반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알제리(2대4 패)와 벨기에(0대1 패)에 연패를 당하며 결국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홍 감독의 전술 뿐만 아니라 '의리 선발'에 대한 비난이 봇물처럼 일었다. 6월30일 귀국현장에는 실망한 팬들의 '엿사탕' 투척 사건도 있었다. 홍 감독은 벨기에전 이후 사퇴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의 면담 후 생각을 바꿨다. 7월4일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홍 감독의 유임을 밝혔다. 하지만 엉뚱한 곳에서 의외의 사건이 터졌다. 7일 홍 감독의 토지 매입에 대한 보도가 나오며 상황이 급변했다. 벨기에전 후 치른 대표팀 회식 동영상까지 공개됐다. 홍 감독은 결국 10일 자진 사퇴를 선언했다. "1년을 되돌아 보면 많은 일 있었다. 축구를 한 시간보다 다른 일들에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는 생각이 드는게 아쉽다"는 그의 말처럼 외풍이 너무 많았던 382일 이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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