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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간의 국가대표 생활이 끝났습니다.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없이 물러납니다."
엔트리 선발 과정과 월드컵에서의 부진, 땅매입과 동영상 논란까지. 홍 감독은 피해가지 않았다. 당당히 의혹에 맞섰다. 그는 기자회견 중간 "오늘이 마지막인만큼 그동안 궁금했던 것이 있었으면 모두 편안하게 질문하셔도 된다"고 했다. 홍 감독은 '의리 선발'에 대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했다. 그는 "세상 어떤 사람이 월드컵에 좋아하는 선수라는 이유로 데려갈 수 있나. 철저하고 냉정하게 판단을 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100%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사생활 문제에서는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비겁하게 살지 않았다"고 했다.
사과할 것은 사과했다. 벨기에전 후 선수들과 음주가무를 즐긴 동영상이 공개돼 문제가 되자 "벨기에전이 끝나고 이과수 캠프로 돌아왔고 우리 선수들에게 이과수 폭포를 갔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선수들이 감독님께 짐을 지어주기 싫다고 해서 안갔고, 당시 사퇴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이 자리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선수들이 패배에 대한 생각이 깊었고 그 부분을 위로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신중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홍 감독은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당분간 못했던 가장 노릇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감독직에 대해서는 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는 "선수도, 코치도, 감독도 했다. 나에게 보이지 않는 다른 재능이 있을 것이다. 물론 축구에 관한 일이다. 그동안 해왔던 사회활동도 해야 하고 주위에 어려운 사람들도 도와줘야 한다. 여담이지만 미국대통령 중 재임기간동안 가장 못했던 분이 지미 카터였다. 하지만 임기 이후에 역대 대통령 중에 가장 많은 업적을 이뤘다. 24년간 최선을 다해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 인사에서 "이제 많은 카메라 앞에 설 일이 없는데 오늘 좀 더 많이 받고 떠나겠다. 그동안 부족했던 점을 다시 공부하겠다. 다시 여러분 앞에 나타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정말 감사했다는 말씀을 전해 드리고 싶다"고 했다. 떠나는 그는 오랜 시간 머리를 숙였다. 아쉬움과 고마움의 표시였을 것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