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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회장 사과와 허정무 부회장 사퇴, 축구협회의 미래는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7-11 07:27


홍명보 감독이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홍 감독은 1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다목적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감독직 사퇴를 발표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1무2패 부진한 성적에 그친 홍 감독은 일부 팬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아왔으나 2015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을 맡기로 했었다. 홍명보 감독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오른쪽 세번째)과 축구협회 임원진이 사죄를 위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신문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7.10

홍명보 감독의 사퇴, 후폭풍도 함께 찾아왔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동반 사퇴했다. 그는 4년 전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선 선수단장을 맡았다. 허 부회장은 지난 3일 홍 감독의 유임을 발표한 기자회견에선 '입' 역할을 했다.

그러나 홍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마당에 그도 자리에 연연할 수 없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허 부회장의 입장 발표는 10일 홍 감독의 기자회견 직후 이뤄졌다. 예고에는 없던 시나리오였다. 허 부회장은 "홍명보 감독이 고생많았다. 나도 겪었지만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라며 "선수단 단장으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홍 감독과 함께 동반 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월드컵 부진의 책임은 나와 홍 감독에 돌리고 협회가 노력하는만큼 기대했으면 좋겠다. 기대에 못미쳐서 죄송하고 한국 축구 잘 갈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좋겠다"며 덧붙였다.

뒤이어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는 "브라질월드컵 성적 부진에 이은 일련의 사태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 월드컵대표팀의 성적 부진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월드컵에서의 부진을 거울삼아 한국 축구는 더욱 큰 도약을 위한 준비를 하겠다. 많은 축구팬들의 질타를 겸허하게 수용하겠다. 도약을 위해 뼈를 깎으며 노력하겠다"고 말한 후 고개를 숙였다.

정 회장이 축구협회 수장에 오른 것은 지난해 1월이다. 지난해 6월 '시한부 사령탑'인 최강희 전북 감독이 물러났고, 첫 작품이 홍 감독을 선임한 것이다. 홍 감독이 브라질에서 실패한 후 사퇴하며 최대 위기를 맞았다.

허 부회장과 홍 감독의 사퇴, 정 회장의 사과에도 태풍의 눈은 여전히 선명하다.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축구협회는 월드컵 부진의 후속 조치로 기술위원회를 수술할 것으로 보인다. 황보관 기술위원장과 기술위원회의 인적쇄신이 불가피해 보인다. 기술위의 권한과 책임도 손질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비상근인 기술위원을 상근직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외국인 기술위원장 영입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행부의 재편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취임 후 차범근 SBS 해설위원을 부회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를 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차 위원은 브라질월드컵을 끝으로 마이크를 놓는다. 재영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하나 필요한 것이 있다. 여전히 숙제인 대탕평 인사다. 김 호 전 수원 감독, 조광래 전 국가대표팀 감독 등 '한국 축구 최고의 기술자'들이 재야에 묻혀 있다. 정 회장이 함께 손을 잡아야 인물들이다. 그래야 축구 발전을 위한 최대공약수를 도출할 수 있다.

한국 축구는 위기다. 길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새로운 미래를 위해서는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실기하면 더 높은 파고를 만날 수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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