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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 전남의 '팬소통'마케팅,달라진건 성적만이 아니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05-27 07:35




"전남 드래곤즈를 사랑하는 팬입니다. 세월호 침몰 희생자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의미에서 노란리본을 넣고 싶네요."(행인)

"이종호 선수, 순천 성신원의 아이들과 함께 뛰어주세요.."(조중규)

"김병지 선수의 뜨거운 축구혼을 응원합니다."(최인혁)

"스테보 선수가 뛸 때 제가 K-리그를 뛰고 있다는 생각으로 함께하겠습니다."(최승원)

'전남 드래곤즈 선수와 함께 그라운드를 누벼라!' 이벤트를 향한 전남 팬들의 호응이 뜨겁다. 23일 전남은 월드컵 휴식기 이후 후반기 첫경기 7월5일 서울과의 개막전부터 창단 20주년새 유니폼을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선수의 등번호에 팬들의 사진을 모아 모자이크 방식으로 새겨넣기로 했다. 구단 홍보팀 직원의 반짝반짝한 아이디어를 '마케팅 전문가' 박세연 전남 드래곤즈 사장이 적극 채택했다.

전남 구단 홈페이지(www.dragons.co.kr),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국내외 팬들의 참여가 줄을 잇고 있다. 팬사진 등번호 유니폼은 가로 세로 각 2㎝, 최소 15명 이상의 사진으로 구성된다. 선수 번호 자릿수와 숫자의 크기에 따라 들어갈 수 있는 사진의 개수도 달라진다. 갸격은 사진 1장당 1만5000원, 공간이 한정된 관계로 구단 계좌 입금순서에 따라 선착순 판매를 원칙으로 했다.

전남 구단측은 상업적 목적의 사진을 제외한 세상의 모든 사진들에 문호를 개방했다. 물론 선수 가족, 연인, 아이 등 개인적인 사진도 넣을 수 있다. 홈페이지 오픈 직후 기대했던 대로 다양한 스토리들이 쏟아졌다. '행인'이란 닉네임의 팬은 '평소 드래곤즈를 사랑하는 팬입니다. 한달전에 세월호 침몰로 인한 희생자를 추모하고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노란리본을 넣고 싶네요'라는 글을 올렸다. 전남 전선수의 등번호에 '노란리본' 사진을 넣어달라는 당부와 함께 43만원을 부쳐왔다. 전남유스 출신 '광양루니' 이종호를 향한 팬들의 애정은 폭발적이었다. 페이스북으로 소식을 접한 프랑스팬 마티유도 '이종호'의 이름으로 한자리를 신청했다. 이종호의 등번호 '17'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사진 개수는 총 54개, 게시판 오픈과 함께 가장 많은 팬들이 몰렸다. "이종호 선수의 저돌적인 플레이를 응원한다"는 격문부터 "성신원 아이들과 함께 뛰어달라"는 부탁까지 다양한 사연이 쏟아졌다. 축구선수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한 팬은 '스테보의 등'을 택했다. 스테보와 함께 K-리그를 누비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올시즌 전남은 확 바뀌었다. 지난 2년간 '피말리는 강등다툼'을 펼치던 전남이 전반기를 4위로 마감했다. 패배의식은 사라지고 이기는 습관이 자리잡았다. 지난시즌 스포츠조선 구단 평가에서 14개 구단 중 12위였던 전남의 순위는 '수직상승'했다. 전반기 K-리그 클래식 12개 구단 평가에서도 포항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바뀐 건 비단 성적만이 아니다. 분위기, 마인드가 달라졌다. 전남은 지난 1월 출정식에서 박세연 사장이 직접 선수들 하나하나의 이름을 부르며 '등번호'를 수여했다. '등번호'에 대한 자부심, 책임감을 고취시키기 위한 '의식'이었다. 등번호 수여식 직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 '필사즉생' 현장 진도 울돌목을 찾았다. '죽고자 하면 산다'는 필사적인 각오와 함께, '리그 4강' 목표를 다졌다. 그리고 이제 전남 선수들은 등번호에 팬들의 얼굴을 새기고 달린다.

한웅수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 역시 전남의 변화를 반겼다. "올해 전남은 칭찬 받을 만하다. 예산이나 시스템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마인드가 바뀌었다. 박 사장의 에너지 넘치는 경영이 구단 전체에 신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선수도, 프런트도 신나게 일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따라오는 것"고 호평했다. "등번호에 팬 사진을 넣는 것은 그라운드에서 팬들과 함께 호흡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혼연일체, 일심동체라는 뜻"이라고 했다. "K-리그 팬들을 위해 꼭 필요한 마인드다. 전남 팬들이 행복해할 것같다. 프로야구 넥센 이장석 사장은 홈경기마다 출입구 앞에서 팬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악수를 나눈다. 우리에게도 팬을 최우선으로 섬기고, 손님을 왕처럼 모시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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